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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inal job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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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성 Nov 17. 2019

강사의 재능기부

또 다른 보람

간혹 무료 강의가 가능하냐는 제안을 받는다. 무료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통비 수준만 제공할 수 있다는 곳에서도 문의가 온다. 실로 난감하다. 강사도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한다. 다른 곳에서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고 불러주는데, 다른 곳에는 무료로 갔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배신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선택적으로 사연이 있는 곳에만 간다.



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실로 교통비 수준의 강사료를 받는다. 하지만 담장 밖의 사람들이 담장 안의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면 결국 나중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가급적 전향적으로 임하는 편이다. 재범의 피해가 우리 이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떡을 시장에 맞추어 가거나,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냉동 포장해서 교도소 강의에 참석한 재소자들에게 나눠준다. 물론 강사료의 몇 배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왜 그렇게 교도소는 교통이 아주 불편한 곳에 있는지?


교회 등에서도 연락이 온다. 부자교회에는 적정한 강사료를 받고, 가난한 교회에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를 한다. 학생들도 간혹 강의 요청을 한다.



부산의 한 대학의 학생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교통비와 숙박비, 적은 액수지만 강사료도 지급한다. 워낙 이런 요청이 많기에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출강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이 단체의 대표가 서울에 올라와서 나를 만나기를 청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 째 되는 날에 만났다. 그 성의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교통비는 필요 없습니다. 숙박은 제 비용으로 지불하겠습니다.
강사료도 받지 않겠습니다.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게 강의가 성사되고 강사료 대신에 값진 선물을 받았다. 내 이름이 새겨진 작은 머그컵이다.

'매력적인 정태성 총장님 사랑합니다. 불쏘시개 일동'

나는 이 컵을 5년째 애용하고 있다. 그 학생들은 지금쯤 사회인이 되었을 것이다. 대단하지도 않은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와서 삼고초려(三顧草廬)한 정신을 높게 산다. 사회생활도 잘하고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내 경험을 누군가가 경청해준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성의를 보여준다면 나도 성의를 다하고자 한다. 불러주어 오히려 내가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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