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물상엔
황토처럼 노랗게 질린
자전거 한 대가 실려왔다
녹슨 체인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해
바람결에 흩날리는 잎새마냥
이리저리 나부끼고,
한때는
힘차게 세상으로 달음박질했던
검노란 페달의 고무는
반쯤 닳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문득 나는
자전거의 어깨 위로
그 시절의 그를 떠올렸다
그해 여름
힘차게 언덕을 오르던
자전거의 어깨 위에는
생의 기운을 한껏 뿜어내던
그의 털털한 웃음이 있었다
적막할 정도로 잔잔하던
들판의 바람마저도
생동감 있는 그의 움직임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걸어 잠근 빗장을 풀곤 했다
파란 바다를 그대로 비춰내던
여름 하늘의 홍조가
수줍음에 조금씩 짙어갈 무렵이면
자전거는 청량한 웃음을 머금고
시원스럽고도 여유롭게
능선을 미끄러져 내려오곤 했었다
이제는
황톳빛 노란 가운을 뒤집어쓴 채
생의 여운을 멀리로 떠나보내고
조금은 쓸쓸해진 어깨너머의 기억과 함께
황토색 자전거는 그렇게
고물상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고물상엔 고물이 없다 / 비스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