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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Sep 07. 2022

달리기에서 배운 것

현명하게 경쟁하기



여름 내내 새벽에 나가 달렸다. 더위가 한풀 꺾이니 새벽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새벽 달리기는 내년 여름에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주 일요일엔 오후에 나가봤다.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그중 달리는 사람이 1 명 있었다. 이 아저씨가 뛰는 자세를 봐선 추월할 수 있겠다 싶었다. 금방 뛰러 나어온 데다가 기운이 좋았기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간격을 유지하기는커녕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답답했다. 보통 첫 바퀴를 살살 뛰면서 힘을 끌어올리는데 첫 바퀴부터 전력으로 달리고 있으니 벌써 죽을 맛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아! 현타가 왔다. 나는 지금 편견에 싸여 있다! 오늘 나는 이 아저씨를 처음 봤을 뿐이다! 이 아저씨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 있다고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멈추고 숨 고르기를 했다. 다시 달릴 때는 아저씨의 존재감을 잊기 위해 애썼다. 할 일 따위를 생각하다가, 그냥 ‘나는 달린다’를 속으로 구령 삼아 외치면서 달렸다.  


반면 새벽에는 달릴 때 스쳐 지나가는 아저씨가 두 명 있다. 한 분은 복장도 자세도 매우 좋고 힘차게 뛰신다. 이미 보폭에서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분이 앞에 있으면 속도가 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뛴다. 그날은 기록이 좋다.


다른 한 분은 반대 방향으로 도시는데, 나랑 거의 속도가 비슷하다. 그분이 조금 더 빠른 느낌? 반 바퀴 째마다 만나게 되는데, 내가 속도가 쳐지면 반 바퀴도 못 돌아서 만나게 된다. 반 바퀴째에서 만나기 위해서 악착같이 뛴다. 이런 날도 기록이 좋다. 두 사람은 내게 페이스메이커 같은 존재다.


어떤 날엔 몸이 무겁거나, 다리 근육이 땅겨서, 혹은 옆구리가 아파서 뛰는 걸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한 번에 많이 돌아야겠다는 생각을 버린다. 짧게 짧게 끊어서, 많이 쉬더라도 목표 거리만큼 뛰는 걸 목표로 삼는다. 무리하게 빨리 달려서 기록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는 잘 달리고, 내일도 달릴 수 있게 체력을 닦아두는 게 목표가 된다.




생각해보면 이게 일상도 적용된다. 내가 있는 곳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거나, 새로운 시장에서 기존의 선수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파이팅이 넘칠 때는 추월하더라도 자만심을 갖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내 페이스에 충실하게 나아가자.

힘들더라도 좋은 기록과 성과를 가질 수 있을 때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페이스메이커와 조화를 이루자. 역시 자만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아가자.


힘들어서 뒤처질 때는 다른 날의 달리기를 생각하며 우보천리의 마음으로 나아간다. 기회는 계속 온다.

파이팅에 넘쳐도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면, 앞서 가는 상대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나 오만함이 바탕에 있을 수 있다. 판단을 멈추자. 내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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