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반의반의반의반반반반반반반반반만이라도!
딸이 요즘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집에서 피아노 칠 땐 안 틀리고 잘하는데 왜 선생님 앞에선 실수를 할까?”
나도 잘 아는 문제다. 선생님이 곁에서 보고 있으면 틀릴까 봐 긴장이 되고, 악상 살리는 게 뭔가 쑥스러워서 건조하게 치게 된다. 이런 일은 비단 피아노 연습뿐만 아니라 두세 명만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의견을 내놓을 때도 일어난다. 표현의 어려움이라고나 할까.
수 백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신들린 듯한 공연을 보여주는 전문 연주자들이나 연극배우들의 담대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철저한 준비와 본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게 비결 아닐까? 제대로 준비가 안되면 실수할까 봐 몰입하기 힘들 테고, 주변에 더 신경을 쓰다가 쭈뼛거리게 될 테니깐 말이다.
딸에게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과 같은 식상한 구호 대신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 스스로도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오늘 연습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만들어보자.’이다.
두리뭉실한 완주라는 목표 대신 그날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선생님 눈치를 보거나 주변 환경에 신경을 덜 쓰지 않을까. 피아노 연습이라면, 곡 끝부분까지 박자를 잘 맞춘다, 페달을 정확히 밟는다, 셈여림을 표현한다, 등등의 목표가 있으면 좋겠고, 말하기라면 뭐가 좋을까……
오늘 아침 딸에게 이 얘기를 꺼냈더니, “아휴, 엄마는 너무 진지해.”라며 귀찮아했다. 그래…… 뭐, 내 코가 석자이니 나부터 잘해보자. 나도 못하는 걸 누구한테 가르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