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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Oct 18. 2022

일상의 반대말은?

일상의 반대말을 생각하면 일기 쓰기가 쉬워진다



“일기 써 놔.”

일주일에 그림일기 한 편 쓰기가 숙제인 초 1학년의 딸. 월요일에 숙제를 들고 가야 해서, 일요일 저녁마다 일기 쓰기 시키려고 온 식구가 애먹는다. 주중에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일기를 미리 쓰라고 하면, 딸은 ‘오늘 뭐 했지? 어딜 갔다 와야 쓰지’라고 대답한다.


다른 집 애들도 비슷하다고 한다. ‘한 번 일기 소재가 된 것은 절대로 다시 쓸 수 없다’와 ‘선생님께 부끄러운 일은 쓰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는 모양이다. 엄마들은 ‘허구한 날 여행 다닐 수도 없고 매일 그날이 그날인데 뭔 특별한 소재가 필요하다는 거래요’ 라며 답답함을 털어놓는다. 이어지는 하소연. ‘어제는 줄넘기 10개 했는데, 오늘은 15개를 한 얘기, 엄마한테 혼난 얘기, 이런 일들 쓰는 게 일기 아니에요? 애들은 왜 그렇게 새로운 걸 찾는 거예요?’


사실 나도 어릴 때 그랬던 거 같다. 방학 때 밀린 일기 쓸 때면, 놀러 갔다 온 데가 없으니 일기 쓸 것도 없다며 투정을 매번 부렸다. 한방을 노리는 초등학생 꼬마들.


네이버 사전은 일기를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장부”라고 한다. 나는 일기나 일상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반복과 루틴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사전의 정의와 나의 생각의 거리감이 일기 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같다. 엄마들과는 하루하루의 소소한 변화나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맞장구쳤지만, 실은 하루를 개별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하나로 뭉뚱그려 보기 때문에 그날 일기 쓸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음, 그러면 ‘일상의 반대말’은 일기에 쓸 내용을 많아지게 만들까? 일상의 반대말은 뭘까? 아이들은 여행을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과 늘 왔다 갔다 하는 장소에서 벗어나는 행위로써 여행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나도 처음엔 여행과 이벤트 같은 단어를 반대말로 떠올렸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다른 말을 더 생각해보고 싶었다. 한참 생각해도 딱 생각나는 말이 없어서 검색을 해봤다. 일상의 반대말을 전쟁으로 꼽는 이들도 있고, 잡지 GQ의 한 칼럼에서는 꿈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꿈! 꿈이다! 일상의 반대말로 꿈이 제격이다.


일상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루틴과 의무를 행하는 삶이라면, 꿈은 내 의지와 가능성을 더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대비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도표에서 이상적인 공간은 꿈과 비일상적인 것이 만나는 곳이다. 모험과 도전, 여행 같은 가슴 뛰는 단어들이 있는 곳.  


아이에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일기를 쓰기 싫다면, ‘꿈꾸고 도전해. 그리고 그걸 일기로 써봐.’라고 말해줘야겠다.


덧. 어째 돌고 돌아 제자리인 기분은 저만 그런가요? 도전 일기가 하루 사이에 줄넘기 5개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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