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 ‘Wounded Healer'로 거듭나기
24살이 되던 해, 간호대를 졸업하고 갖게 된 첫 직업은 병원에서 환자를 케어하는 간호사였다.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그러하듯,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굳센 땅을 뚫고 돋아 나오려 열심을 다하던 시절이었다. 인정 욕구를 채우려는 듯, 환자들,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진심을 가득 담아 활약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도 애썼네, 생각이 들 정도로 기특한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 후 몇 번의 이직을 겪었지만, 간호사라는 타이틀은 계속 유지한 채 환자를 돌보는 것을 업으로 삼아왔다. 여러 병원들을 전전하며, 중증도 또한 다양한 환자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어딘가가 편치 않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일을 하는 간호사로 점차 성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양극성 장애’라는, 말 그대로 ‘장애물’을 만나 넘어지고 말았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가뿐히 넘어갈 수 있는 크기의 장애물도 있지만, 걸려 넘어져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도 존재한다. 이 질병은 나에게 꽤나 커다란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의료진 간호사로 환자를 케어하는 방법만 알던 내가, 다른 의료진들에게 케어를 받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특히 입원치료를 받는 중에, 간호사 스테이션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득 ‘저기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내가 왜 환자복을 입고 있는 거지?’ 생각이 들었다. 복잡 미묘한 생각과 감정들이 나를 괴롭혀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어느 간호사 선생님의 한 마디가 부정적인 기운들에 잠식당하려던 나를 수면 위로 꺼내주었다. 나는 'Wounded Healer'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상처 입은 치유자는 몇 배의 치유력을 갖고 있어, 타인을 치유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어떻게..?’라는 막연함이 가득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사실은 아직도 내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 적합하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나의 하루 또 하루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새싹이 돋아날 수 있지 않을까?
간호사는 환자에게 돌봄 제공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때로는 간호사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돌봄을 받는 간호사라니,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만 간호사도 사람이니까! 언제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다. 나는 간호사이지만 정신적으로 쉼이 필요한 상태일 뿐이다. 이를 차근차근 극복하여 ‘상처를 입었으나, 치유력을 충분히 가진’ 치유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발자국 더 내디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