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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an 02. 2022

40대 마음에 20대의 몸

1 percent better

"만약 당신이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들에게 한 질문으로 기억한다.

20대의 몸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의외로 20대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늙은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위 질문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던 중, 지금의 마음으로 20대의 몸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만약 40대의 마음에 20대의 몸을 가진다는 3번째 옵션이 있다면, 나 역시 3번을 선택하고 싶다.


후버맨 교수님의 52번째 팝캐스트는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를 모시고 진행이 되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는 질병이다."라고 주장을 해서, 학계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나는 재작년 그가 쓴 '노화의 종말(원제 : Life span)'을 읽고 그의 강의를 Google talks와 TED에서 찾아서 들었다.

그의 주장은 매우 신선했다.

우리는 노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질병은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그는 노화와 질병을 같은 선상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사실상 노화이며, 질병과 노화를 구분 짓는 것은 그것이 인구의 50% 미만이 경험하는 특정한 질환인 것인지, 아니면 인구의 50% 이상이 겪는, 자연적인 현상인지에 따라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8:56-9:52] - 노화는 질병이다.

'질병(disease)'이란, 당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데, 그 문제가 인구의 50% 미만이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aging)'란,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건강의 악화와 질환으로, '질병'과 유사하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겪는 것이라면, 다른 범주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알츠하이머의 80%~90%의 원인은 노화이다.


[12:05-13:46] - 노화는 정보의 손실이다.

노화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엔트로피 증가에 따른 정보의 손실이다.

우리 몸에는 ATCG의 화학적인 문자로 구성된 DNA 유전정보와,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담당하는 후생 유전정보 두 가지가 있다.

이를 DVD와 DVD 플레이어로 비유하자면, 전자는 DVD, 후자는 DVD 플레이어다.

전자는 고정불변의 값이나, 복사를 거듭하면서 스크래치가 생기게 되고, 그리하여 DVD 플레이어는 원래의 선율을 노래하지 못한다. 이 스크래치가 바로 정보의 손실이다.

예를 들자면, 뇌세포로 기능해야 하는 세포가 스위치를 잘못 켜서 피부세포가 되는 것이다.

온-오프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기능의 동질성이 유지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IxomBusuw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스크래치를 만드는 작용을 통제함으로써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40대의 마음에 20대의 몸을 가진다는 3번째 옵션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크래치를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단식이 답이다. 

단식은 세포가 휴지기를 통해 후생 유전체를 복구하고, 인슐린 수치를 낮춰 장수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게 한다.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먹는지가 중요하다.

일례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섭취한 집단 간 차이 연구에서, 식단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보다, 식단을 하루에 한번만 줬는지, 여러번 나눠줬는지가 건강에는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위너는 하루에 한번만 식사를 했던 그룹이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 본인은 하루 한 끼, 저녁만 먹는다.

아침에는 그릭 요구르트 한 스푼 또는 올리브 오일에 레스베라트롤 1000mg, 메트포르민 1000mg, NMN 1000mg을 섞어서 먹는다고 한다.

-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로도 유명한데, 체내 인슐린 수준이 낮으면 노화를 늦추는 작용(sirtuin pathway)이 활성화된다.


'노화의 종말' 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그가 하는 프로토콜을 따라 해 본다고, 메트포르민을 동남아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구입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데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처방 없이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구입한 루트가 막혔다.

NMN은 내 기준 꽤 비쌌고 1000mg이 들어있는 제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요건 3통을 네이버 쇼핑몰에서 미국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샀는데, 내가 충분히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나는 섭취 전후에 별 다른 몸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후버맨 교수는 자기 누나에게 NMN을 먹어보게 하고, 실험은 대조군이 있어야 한다며, 중간에 못 먹게도 했는데, 확실히 먹었을 때가 더 좋았다고 한다. 본인은 곧 다가오는 생일 이후에 먹기로 결심했다고.

레스베라트롤은 포도주에 있는 것으로 항산화물질(폴리페놀계)로 유명하다. 1000mg을 섭취하려면 포도주 200잔을 마셔야 한다니 약품으로 섭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단순 호기심에 따라 해 보긴 했지만, 사실, 젊어지면 뭐가 좋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덜 피곤하면 좋을 것 같다. 늙어서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내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으면 좋겠다 정도의 소박한 소망이 있긴 한데, 20대의 몸을 갖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바라는 바는

죽기 직전까지 화장실을 나 혼자의 힘으로 다녀올 수 있는 것,

온전한 내 판단으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싱클래어 교수는 50대 초반이다. 그런데 40대 중반의 후버맨 교수보다 젊어 보인다. 그가 TED 강연을 했던 30대와 비슷해 보인다. 책을 쓰는 것이 고된 작업이었던지, 책을 발간 한 이후는 좀 나이 들어 보이긴 했다. 40대 이후로는 디저트도 끊었다고 한다.


그분은 자신의 사명이 노화를 연구하는 것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평범한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치즈케이크가 주는 행복을 놓칠 수가 없다.

사실 산다는 게 그리 거창한 건 아니지 않은가? 난 적당히 민폐가 되지 않을 만큼 건강해야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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