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고 있는 아이들을 공중에 던져서 받는 기행?를 저지르더니,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는 아이들에게 그러지는 못하고 애꿎은 냥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냥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배 같이 약한 부위를 드러내는 건데, 남편은 냥이들을 발라당 눕히고 배를 간지럽힌다.
최근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술버릇이 냥이들 간식 주는 걸로 바뀌긴 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감정표현이 다르거늘, 남편은 고양이도 강아지와 비슷한 줄 안다.
꼬랑지를 바닥에 탁탁 치는 건, 냥이들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인데,
남편은 "어? 기분이 좋은가 보네?! 더 해줘야지!"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 혹은, 알면서도 하는 것일 수도? - 고양이 말 번역기 어플를 다운 받는 걸 보면 알고 하는 짓?이다.
며칠 전에는 술 취해 들어와서는,
"아빠가 간식 줄게." 이러더니, 갑자기 혼자 정색을 하고는,
"아빠 아니지. 난 아저씨야. 너희들 아빠 아니야."
이러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또 시작됐다 싶었다.
남편은 냥이들에게 늘 "나는 너희들 아빠가 아니다. 우리는 종이 다르다."라고 주지시킨다.
우리 집 레오 도도가 알아들을지는 의문이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혼자만의 거리 두기인 것 같다.
남편의 핸드폰 바탕화면의 레오도도
레오는 건강하게 잘 자랐지만, 도도는 입양 때 허피스에 걸린 상태였었다.
건강하면 사실, 정기적으로 챙겨줘야 하는 예방접종 주사빼고는 신경 쓸 게 별로 없다.
그런데 아프기 시작하면, 병원을 혼자 못 가니, 데리고 가야 한다.
혼자 약을 먹을 리가 만무한 데다, 약 먹는 걸 거부하니,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 알약 건으로 쏘기, 분말은 츄르에 섞기, 시럽은 붙잡고 조금씩 짜 넣기.
그나마 시럽이 제일 편한데, 녀석들이 덩치가 커지자 이젠 알약을 주로 준다.
게다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내가 주로 냥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가서인지, 아니면, 병원비용은 내가 보탤 수 없다인지, 남편은 냥이들 병원은 네가 가라는 입장이다.(아울러 결재도 당신이 해라!)
- 묘한 고집이다. 아이들 학원비는 보태주면서, 큰 아이 수학 과외비는 못 대겠단다. 과외까지 시켜서 공부를 해야 하냐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우리 아들내미가, 학교 수업으로 2차 방정식을 깨우치지 못한다고!'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다른 과목은 모르겠으나, 수학만은... 안된다. 엄마가 수포자였잖니? (아드)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놈은 숫자 2등급이 아닌 알파벳 E등급을 받아와 나를 놀라게 했다.
둘째가 만든 도도 이모티콘 - 큰 아들래미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아침에 남편에게 냥이들에게 아빠가 아닌 '아저씨'로 본인의 호칭을 정정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부질없는 짓은 그만두고 그냥 본인 마음이 땡기는 대로 행동하라고 했더니, 한술 더 떠서 이제는 냥이들에게 자기를 '주인님'으로 모시게끔 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레오 도도는 말을 못 한다고요^^;;
아무리 혼자 '아저씨', '주인님'으로 불어봤자다.
레오 도도에게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나에게
'간식을 줄 것인가?', '목이 근질거리는 데 긁어줄 것인가?', '낚시 놀이는 안 하나?'라고요...
그냥 마음 가는 데로 사랑해주지.그거 참 인정하기가 어렵나 보다.
밤늦게 술 취해 퇴근해도, 늘 문 앞에서 자기를 기다리며 반가워하는 냥이들이 너무너무 이쁘면 그냥 이쁘다고 하세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