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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21. 2022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것의 의미

사람 사는 이야기

이건 날씨 탓이야.

계속해서 몸이 다운되는 기분이 들었다. 환절기만 되면 자가면역 질환인지 뭔지, 얼굴 오른쪽에 핏줄이 팍! 터진다. 증세가 심할 때는 왼쪽까지 온통 붉은색이다. 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째, 반차를 내고 대학병원까지 다녀봤지만, 증상에 원인이 없다.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조금 나아지는 정도?


만성 디스크로 고생했다 조금 나아지나 싶더니, 이제는 얼굴이 이 모양이다. 나름 운동도 하고 건강보조제도 잘 챙겨 먹지만 늙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날씨 탓이야. 환절기라 그래. 이렇게 나 아닌 외부 탓을 해도 마음이 편해지진 않는다.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마음을 놓아야 하는데 홍반이 잔뜩 터진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게 안돼기 때문이다.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퇴근길에 넉다운이 돼서 음악만 들었다. 이렇게 며칠 지나고 보면 쌩쌩해지려나? 월요일 화요일은 운동도 안 갔다. 주말을 지나치게 알차게 보낸 탓이다. 아이와 같이 환경독후감 준비를 하고, 자기소개서 문항을 고쳐줬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질 못했다. 월요일 화요일에는 게으름뱅이가 될 거야. 보상이라도 하듯 다짐했다.


수요일,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가기 직전까지는 가기 싫다는 마음이 80%였는데, 막상 러닝 머신 위를 신나게 달리고 나니 내가 왜 이 좋은 걸 안 하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월요일, 화요일도 그냥 할껄. 괜히 오늘은 쉴꺼야! 어리광을 부렸나보다.


일상의 루틴과 마늘, 쑥 프로젝트


마늘, 쑥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9.23~12.31, 100일간 매일 습관 목표를 세우고 단톡방에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챌린저스 비슷한데, 챌린저스처럼 불특정 다수가 같은 목표를 세우고 돈을 걸고 도전하는 방식은 아니다. 라라크루 글쓰기 모임 멤버들 중 참여자를 모았다. 목표도 제각각이다. 인증은 매일매일 단톡방에 사진으로 공유한다. 못 지켰다고 닦달하지 않는다. 하루 건너뛰었다고 자책하는 고백이 올라오면 꾸준히 하기만 하라고 격려의 메시지도 보내준다. 함께 오래가는 게 목표인 셈이다. 챌린저스처럼 상금을 벌 수는 없지만, 단톡방 멤버들끼리 격려도 해주고, 인증사진 올라오면 잘했다고 칭찬도 해준다. 유형의 보상(돈)은 없어도 무형의 보상(정)이 있다.


일부러 목표는 높게 잡지 않았다. 늘 해왔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 소홀해졌다던가, 엄격하게 지키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왔던 루틴 중 2개를 골랐다. 스쿼트 200개와 독서 30분이다.


스쿼트 200개

아침에 러닝을 다시 시작한 이후로, 아침 운동을 하니 스쿼트를 하기 싫어졌다. 엄연히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다르건만, 요걸 핑계 삼아 하나를 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럼 안되지 싶어서 이걸 목표로 넣었다.


독서 30분

아침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둘 다 해도 시간이 충분했다.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글은 점심이나 저녁에 쓰자 결심하고 아침에는 책만 읽기로 했다.


이번 주 내내 업앤다운으로 널 뛰는 마음을 붙잡고, 스쿼트 200개, 독서 30분을 꾸역꾸역 했다. 스쿼트는 바빠서 못할 것 같으면 여유 있을 때 조금씩 더 했다. 50개씩 4번 나눠하는 걸 100개씩 2번 하는 식으로 어찌 되었건 200개는 맞췄다.


자신감이 생긴다.


이전에 비해 일을 많이 줄였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하던 영어 스터디도 그만뒀고, 일주일에 두 번 20분씩 하던 전화 영어도 그만뒀다. 요즈음은 후버맨 교수님 채널도 가끔 본다. 이러면 저녁 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놀랍다. 그전에는 어떻게 한거지?


그나마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건 아침 독서, 아침 운동, 스쿼트 3개가 유일하다. 이 중 2개는 아침에 하는 루틴이고 스쿼트는 일과 중에 나눠서 한다. 아침에 3개 중 2개나 루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알차게 시작했다는 만족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스타트가 좋으니, 자신감이 붙는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했을 때는 출퇴근을 하지 않아 시간이 많았는데, 루틴을 지키기는 더 어려워졌다. 일단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 독서는 힘들지. 인정. 독서 패스.

스쿼트는? 이건 몇분 안걸리잖아? 도대체 스쿼트는 왜 못한건지 알수가 없다. 좋게 말해서 흐름이 깨져서 그렇다. 하나를 못하고 나니 다른 것도 하기 싫어졌다. 첫 루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이후에는 더 자제력 있는 행동을 하기가 쉽다. 그런데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그다음에 뭘 하고 싶지가 않다. 오늘 하루 망한 기분이다. 이망생... 은 아니고 이망일? 정도 되겠다.

<출처 : Pixabay>

조던 피터슨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라고 말하며,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에서는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의식으로 잠자리 정리(small win), 명상, 한 동작 반복, 모닝차, 아침 일기를 들고 있다.


잠자리 정리는 왜 중요할까?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는 5분도 안 걸리는 사소한 일을 해내는 경험이 졸리고 귀찮은 상황을 무릅쓰고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성취감은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로 발전한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이 되면 아침에 끝마친 간단한 일 하나가 수많은 과업 완료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서 이런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출처 : 타이탄의 도구들, 지은이 팀 페리스>


가끔은 하루쯤 거르고 싶기도 하지만, 요 3개는 꾸준히 하려고 한다. 매일 아침에 반복하는 작은 승리가 나를 지켜주리라 믿으니까.


한 줄 요약 : 가끔 날씨 탓해도 좋아요. 우리는 같이 오래 가는게 목표니까요. 루틴을 지키는 일은 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루틴을 지키는 그 순간 당신은 작은 성공을 했고, 그 성공은 조금 더 용기를 내게 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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