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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5. 2021

김태희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 소고

점심에 동료들과 밥을 먹다, 누군가 말했다.

"다음 생애에는 김태희로 태어나고 싶다."

김태희는 '아름다운 모 + 서울대의 조합'으로 더 부각되는 면도 있지만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시대를 풍미할만한 미인이다.


그 말에 난,

"그렇게 태어나면 사는 게 좀 피곤하지 않을까?"

대꾸했는데,

대다수의 반응은

'피곤해도 좋으니 누가 봐도 한 번쯤은 돌아볼만한 미인이고 싶다.'였다.

다들 나처럼 마음속에 '그녀'가 하나씩 있나 보다.


'그녀'는 미인이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옆에서 보던 나는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하겠다 싶었다.

멋진 레스토랑과 절절한 구애와 선물도 계속되면 질리지 않을까?

만나는 것도 일인데 피곤하겠다 등등




얼마 전 뜬 기사를 보니 20-30대 여성이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참 많던데,

그 혜택 중 하나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남성에게서 받는 호의나 공짜 밥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조금만 실체에 다가가면,

이러한 ‘인기’와 ‘내가 원치 않는 잠재적 연애 대상화’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다.

일반적인 통념보다 주변을 둘러보는 편이 더 빠를 듯?

아니 왜, 안 예쁘고 인기 없으면 몰카도, 스토킹도, 성폭력도 안 당한다면서요.

평범한 여자도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럼 예쁜 여자의 삶은 진짜 극한 직업 아님?

- <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진송 > 중에서




이 글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몰카는 모르겠지만, 스토킹, 성폭력은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 몰카는 불특정 다수가 많아 보인다.

일일이 대답해줄 수 없어서 대재앙이 벌어지기보다는,

일일이 대답해주면 '희망'을 가지기에 대답해주지 않는 게 답이다.

소위 '그린라이트' 들어온 줄 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원치 않는 잠재적 연애 대상화'가 폭력적이라는 점이다.


첫째, '내가 원치 않는'에 주목하자.

당신의 관심이 그녀는 싫을 수 있다.

왜 자꾸 들이대냐고?!

난 네가 싫다고!


둘째, '잠재적 연애 대상화'를 살펴보자.

그녀 역시 자신의 판단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인간일지인데,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외모'만 보고 이성적인 접근을 한다면,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이겠는가?

한마디 할 수도 있다.

"난, 나라고!"

- 나의 그녀는 그걸 굳이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녀의 외모는 그녀 자신이었으니까.

(그녀 = 그녀의 외모)


빼어나게 예뻐서 주목받는 삶을 살고 싶을 수도 있고,

만사가 귀찮다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인정 욕구'는 나이가 들 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 봤자 부질없다를 점점 더 느끼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면 감사한 일이겠지만,

지나친 호감과 동경은 쓸데없는 오해와 일신의 피곤함을 남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면 된거다.




강산이 두 번쯤 바뀌고, 선배 언니가,

그녀와 내가 연락하는지 물어봤다.

그녀는 먼저 연락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나는 그녀와는 굳이 연락하고 싶지 않았기에 안 한다고 했다.


선배는,

"나도 이전에는 그 아이가 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낳고 많이 변했어.

그래도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네가 먼저 연락해봐."

라고 했다.


선배의 착한 오지랖은,

'그녀도 이제는 조금 달라졌으려나?' 정도의 인상만 남겼다.


난 여전히 그녀와는 연락하고 싶지 않다.

굳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고,

그녀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싫다.

그녀가 나의 살림살이를 가늠해보는 것도 싫다.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는

나로 인해 많은 위안을 가질 것이 뻔해 보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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