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Jan 28. 2022

예쁜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직장 생활 소고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나? 예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전 직장 상사도 직원을 뽑을 때 여직원이면 일부러 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정말 예쁘고 잘 생기면 일을 못하는 걸까?

- 이쁘다, 잘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남녀 모두가 아닌 여성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불편하기는 하다. 왜 잘생긴 남자 직원에 대해서는 일을 잘하네 못하네 말을 하지 않는 것인가?


사실 이 명제는 과거에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부익부 빈익빈이 외모와 능력에도 나타나는 것인지, 다 갖춘 천인우 같은 엄친아 군단들을 종종 보게 된다. 천인우는 심지어 인성도 괜찮아 보인다.


아주 좁은 내 경험 상으로는, '예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은 어느 정도는 개인차는 있었지만, 대게는 맞는 말 같았다.

수능 등급식 스테나인 분포로 따지면, 이쁠 확률 1등급 4%, 일 잘할 확률 1등급 4%라고 했을 때, 그 둘이 겹칠 확률이 0.2%(0.16%)이다. 이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확률상 드물 수밖에 없다.

예쁘면 일을 잘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그러니 이쁘면 일을 굳이 열심히 할 동기 유인이 없다.

- 연구결과들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외모의 후광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여성은 직업의 entry단계, 즉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포지션에 선발을 할 때 외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외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전에 나는 미인대회 출신인 하우스메이트랑 같이 살면서 굳이 겪지도 않아도 될 마음고생을 많이도 했다. 선배 언니는,

"레오야, OO이랑 같이 사느라 힘들지. 실은 나도 그래. 난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대 놓고 비교하잖아."라고 뜬금없이 전화로 위로를 해준 적도 있었다. 


나는 이쁘기만 했던 그녀를 보며 '이쁘면 삶이 참으로 편하구나!'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것에 비해 높은 보상을 당연하게 여겼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에 대해, 나도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애초에 없었다. 그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그런 대접을 받으면 그렇게 자라는 게 당연한 건가 싶었다. 그녀는 악의는 없었다. 늘 "어머! 몰랐어!"를 반복했을 뿐...,


- 그녀와 그 이후 무수한 만남에서, 나는 먼저 친절하되, 상대방이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지 아닌 지를 본다. 나름 간 보는 것이다. 내 나름의 테스트 척도도 있다. 나는 책을 대게 빌려주지 않고 그냥 준다. 책을 줬다는 건 상대방에게 그 책이 어울렸거나, 상대방이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고, 나는 한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 그 책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게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빌려주는 책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책들이다. 그 책 자체에 추억이 있거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그런 책들을 상대방이 빌려달라고 하면 "이 책은 꼭 돌려줘야 해."라고 당부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잊어버리고 한참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돌려달라고 다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말조차 까먹고 차일피일 미룬다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교류하지 않는다.

물론 그 사람이 때마침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또한 감안한다. 그런데 대게 그런 경우는 없었고, 그냥 신뢰할만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따지고 보면, 예쁘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동기 중에 손꼽아 이쁘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3명이 있었는데, 그녀만 그랬다.


한 아이는 한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억척스럽다 싶을 정도로 성실했고, 다른 한명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인데,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가, 대학 강사, 벤처사업가 일하고 있다. 그걸 보면 아마도, "예쁘면 일 못한다."는 나 같이 예쁜 사람들에게 많이 데인 사람이 만들어낸 '질투 섞인 감정'이 낳은 명제인지도 모르겠다.


막상 따지고 보면 이쁘다고 일 못하는 건 아니네?라고 결론이 나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그녀에 대한 강렬한 경험 때문인지, 이쁘면,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번 겪어보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지만, '편견'이라는 것이 대상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손쉽게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보니, 초반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이쁘다는 관상은 나에게 '조심하세요.'라는 신호다.


편견 : 연구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대나 태도를 말하는데, 주로 사회적으로 학습되며 객관적이거나 충분한 근거 또는 증거 없이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미리 가지고 있는 견해

[출처 : 상담학 사전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3938&cid=62841&categoryId=62841]






이전 23화 김태희로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