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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ug 13. 2022

애매한

아니 적당한

커피 한 잔, 해야 할 일 그리고 단상들


애매한 구석이 많아요

제 자신이 그렇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쓰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났단 소리는 듣진 않고


똑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보 같지는 않고


키도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니고


성격이 착하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매사 열정적인 건 아니고

그렇다고 무기력한 건 아니고



생각해보면 참 애매한 사람이에요.

뭘 해도 '아주 잘'과 '아주 못'의 늘 중간 어딘가입니다. '아주'가 극단적이니 '아주'를 뺀다 해도 중간영역에 늘 속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잘 섞여 살아가긴 하죠.


색으로 치면 이런 파스텔 같은 저를 어릴 적엔 바꿔볼까도 했지만 이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싶어 그대로 살고 있어요. 좀 강열한 빛깔을 가지고도 싶었는데 이게 저예요. 때때로 파스텔 빛깔이 진해지기는 합니다.


그냥 이렇게 은은하게 살아가겠어요. 뭐, 누가 뭐란 것도 아니지만 혼자만의 독백과 단상의 시간입니다. 언젠가 써보고 싶던 주제였거든요.

아주 젊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 든 것도 아닌 나이마저 중간지대 같은 40대 여자 사람의 자기 고백.



우산쓰고 한산한 커피솝 찾아 가는 길


왕창 쏟아지는 비보다, 우산 쓰고 걸을 만큼 오는 비가 좋듯 애매한 것도 어쩌면 적당하다는 말로 표현될 수도 있으니까.


네, 전 적당한 사람으로 매사 적당한 정도를 걸으며 살아보려 합니다. 그러다 때로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매달릴 때도 있고 중간 지대를 벗어났다 이내 돌아오니까. 이런 적당함이 편안해요. 좋아요.


그러고 보니 음악도 중간 템포를 좋아하네요. 아주 밝지도 아주 어둡지도 않은 게 좋아요. 매사 애매하고 적당한 무드를 사랑하나 봐요.


적당하게 제 색깔대로 제 템포대로 그간 살아온 대로 그렇게 고고~


(이렇게 적당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도 뭐 하나는 좀 특출 나게 특별하게 잘해보고도 싶어 져요. 뭔가 아쉽달까요. 나아지고자 하는 본능이겠죠.)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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