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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21. 2024

겨울은 아직 살아 있었다

매년 반복하는 만남과 이별이 어쩌면 매번 새로울까



겨울은 아직 살아 있었다. 봄이 조금씩 오나 보다 싶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다 눈발이 거세게 휘몰아친다. 우산을 가지고 나섰는데 초저녁에는 정말 이쁘게 내려서 걷는 길이 행복했다. 밤이 되고 온도가 내려가며 더는 웃으며 맞이할 수 없는 매서운 겨울의 매력이 담긴 눈송이가 떨어진다. 아직 나 사라지지 않았어!라고 하듯. 물론 한겨울 눈은 아니라 바닥에 쌓이기보다는 쉽게 녹아버린다.

아직은 겨울이라며 왜 벌써 나를 보내려 하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하듯. 눈발이 아주 세게도 날린다.





"아니야 아니야 난 겨울 네가 좋아. 올 겨울 눈이 자주 와서 얼마나 이뻤다고. 그저 봄이 저만치 인사를 하니 반가운 맘이 들었던 것뿐이야. 서운했다면 미안해.


겨울아, 충분히 있다 가. 서운한 마음이 다 사라질 만큼 너의 매력을 다 보여주고 가렴. 후회가 남아선 안되니까. 뭐든 할 만큼 다 해야 남김없이 보여줘야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니까.


오늘처럼 눈을 내리게 하고 싶으면 눈을 세상에 내리렴.

날씨가 따뜻해지면 비가 되어 내려도 좋아.

겨울과 봄이 섞인 비에서 겨울 너를 그리워할 거야.

봄을 반가워하기 전에 몇 달간 함께 한 너의 흔적과 시간이 아쉽고 그리워질 거야.


너는 아마 꽃이 피면 꽃샘도 곧 내겠지만 꽃은 꽃대로 눈꽃은 눈꽃대로 아름다워. 진심이야. 봄이 되면 물론 솔직히 좋아할 테지만 이제 따뜻함이 좀 그립긴 하거든. 너무 솔직했다면 미안.


그래도 겨울의 정취와 풍경을 또 그리워하게 될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우린 다시 기쁘게 만나게 되겠지?"


이제 좀 맘이 풀렸을까?......그러길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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