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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Mar 10. 2024

혼돈을 대하는 자세

나는 그저 피자를 주문했을 뿐




일상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모든 것이 정해진 채 돌아가지 않고 돌발상황이나 바라지 않던 일이 발생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따라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면 그때그때 대처하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 해도 갑작스럽게 혼돈이 찾아오면 마음이 휩쓸버린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커피숍에서 글을 쓰다 밥시간이 되면 가족들을 식사를 챙기곤 한다.  어떤 때는 식사를 미리 준비해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배달을 시킨다. 오늘은 주말이고 해서 다들 좋아하는 피자를 시키기로 했다. 늦어도 저녁 7시에는 맞춰 도착하도록 주문을 했다.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피자배달 아저씨가 배달 중 피자를 엎었다면서 다시 가져다주신다고 했다는 것.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고 다시 받았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그러기엔 촉박했다.  째는 7시쯤 피자를 먹고 학원에 가야 했고 뒤이어오는 막내와 남편도 저녁을 먹으려면 지금 딱 왔어야 했으니까.


첫째에게 알아보고 전화해 준다고 하고 배달앱을 켜보니 주문완료로 뜬다. 이런 경우 배달기사님에게 전화가 오는데 전화도 없고. 앱을 통해 피자집을 다시 들어가 보니 난감했다. 가게는 7시 50분은 돼야 다시 배달 가능이라는 것. 그렇다면 제대로 일이 꼬였다. 가게에 전화를 직접 걸었다. 자주 먹던 피자가게라 잘 해결해 주리라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피자집에서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전혀 고객의 상황은 고려해주지 않다. 선을 그으며 자신들의 입장만 강조하는 태도에 1차 실망. 자기들은 알 수 없다며 주문취소를 하란다. 아니 취소는 취소지만 그럼 우리 가족 저녁은 누가 책임을 지나? 결국 주문한 내 책임이다. 그래, 내가 해결해야 한다.





첫째에게는 일단 라면을 먹고 학원에 가라 했다.

남편 막내 역시 라면으로 통일. 그리고 취소를 위해 배달앱을 다시 켜고 고객센터에 접속했다. 역시나 연결이 지연되고 기다리다 보니 곧이어 전화가 왔다.


센터 직원은 친절했다. 고객센터가 무슨 잘못이 있겠나. 여기야 말로 자기 잘못도 없는데 종일 수습 처리와 고객의 마음달래주기를 위한 곳 아닌가. 그렇다 해도 이러고저러고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 우리 저녁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나름 차근차근 의견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쿠폰을 보내준단다. 감사하다 했다. 고맙긴 하지만 먹을 피자를 못 먹다니 가족들의 저녁이 예상치 않게 흘러가 좋지 않았다.


피자집의  태도,  배달기사님의 후속조치 없음첫째의 요구사항 등 결국은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나의 기분만 나빠졌다. 잘못된 상황보다도 말이다.

어떤 일이 잘못될 수는 있다. 그때 관계된 이들이 최소한의 미안함은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고객센터가 아니라 말이다. 어쩌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다.


엄청난 일은 아니었고 그래, 고작 저녁이었지만 일상의 크고 작은 돌방상황은 우릴 혼란스럽게 한다. 갑작스러운 혼란에 대처하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은 법.


나는 그냥 피자를 주문했을 뿐인데. 억울 마음과 짜증이 슬슬 밀려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 일단 멈춘다. 혼돈과 타인의 태도는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내 감정과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혼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상황은 예기치 않게 흘러갈 수 있으니까.





기분과 마음을 다시 평안하게 해야 했다. 커피숍의 익숙하고 편안한 자리에 앉아 글을 써본다. 모든 게 서서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련의 크고 작은 혼돈이 찾아올 때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마음과 기분이 달라진다. 그 혼란 속으로 말려드느냐 아니를 결정하게 된다.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편이 낫다. 그게 삶이니까.





혼돈 중  

                   <혼돈에 대처하는 자세>


1. (상황, 사람, 무례한 태도에) 말려들지 않기
2. 흔들리지 않고 나의 중심 지키기
3. 해결하기
4. 다시 나의 평온을 되찾기




혼돈 후
                    <평온을 되찾는 방법>


1. 내가 원하는 장소로 간다.
2.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본다.
3. 마음속 평화를 다시 맞이한다.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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