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 하루 한 게 뭔가 싶었다.
20살 나 설득 실패.
내기 실패.
"오늘 어디서 자요, 형님?"
'형님.'
나보다 최소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한테 형님 소리를 듣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 됐다.
"나도 그게 고민이야."
골목 바닥을 내려다봤다.
여기서 잘 수는 없었다.
"일단 움직이자."
"어디로요?"
"공원."
걸으면서 진국이 물었다.
"돈 없으시죠, 형님?"
"응."
"저도 없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 여기서도 이걸 쓸 수 있으면 좋은데..."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칩이
피부 아래 박혀 있었다.
"...손목에 칩이야?"
"네. 이걸로 다 해결되거든요."
'이런 거 보니 미래에서 오긴 했나보다.'
공원 안쪽에 낡은 정자가 보였다.
'여기서 친구들이랑 돈도 없이
소주 마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때는 돈이 없어도 재밌었다.
지금은 돈이 없으니 여기서 자야 한다.
결국 우리는 정자에 나란히 앉았다.
"내일 어떻게 할 거예요, 형님?"
"일단 젊은 나를 만나야지."
"몇 시에요?"
"..."
"장소는요?"
"..."
진국이 나를 바라봤다.
"설마."
"걔가 대충 둘러대고 들어가버렸어."
"시간도 장소도 안 정하고요?"
"응."
진국이 잠시 말이 없었다.
"형님, 그럼 내일 어떻게 만나요?"
"어차피 나니까. 어디 있는지 알아."
"집 앞에서 기다리게요?"
"응."
"안 나오면요?"
"나와. 어차피 나거든."
"그게 무슨 논리예요."
나는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저 20살짜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
말로 해봤자 안 믿고 도망치기 바쁘고.
"일단 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여기서요?"
"응."
진국이 정자 기둥에 기대며 피식 웃었다.
"형님, 정자 구하러 오셨다더니
벌써 정자 하나 구하셨네요."
'아재개그를 넘어선 할재개그인가.
미래에도 이런 건 그대로인가보다.'
얼마나 잤을까. 새벽녘 찬바람에 눈이 떠졌다.
진국이 옆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잘도 자네.'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온몸이 뻐근했다.
동이 트기 시작했다.
공원 너머로 아파트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저 중에 우리 집도 있겠지.
저 안에서 20살의 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형님, 일어나셨어요?"
진국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허리야..."
"괜찮아?"
"정자에서 자는 건 역시 무리네요, 형님."
"나도."
둘은 한동안 말없이 공원을 바라봤다.
아침 햇살이 길게 뻗어왔다.
"슬슬 가볼까요."
"배고프지 않으세요, 형님?"
"고프지."
"저도요."
또 침묵이 흘렀다.
"..."
"..."
'돈이 없다.'
우리는 배를 곯은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국아, 근데 과거가 내가 아는 것처럼
안 흐를 때도 있는 거야?"
진국이 잠시 머뭇거렸다.
"시간여행 많이 해본 거 아냐?"
"아 사실 이거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거에요."
"..."
"저도 잘 몰라요, 솔직히."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진국이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형님,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