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로운 이유
할아버지의 자살은 나에게 감염을 일으켰다.
시도 때도 없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감정이 망가진 사람처럼 갑자기 주저앉아 울었다가 기분이 나아졌다를 반복했다.
벽에 목을 맨 내가 보였다가 남들처럼 일에 집중했다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내가 보였다가 남자친구랑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화했다가.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
갑자기 에취! 하고 재채기하는 사람처럼 ‘자살사고'는 나에게 갑자기 문득문득 다가왔다.
죽고 싶어서 울고,
삶에 아직 아름다운 것이 많아서 운다.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고 싶은 감정이 드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그게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숨을 쉬지 못할 만큼 힘든데 그 와중에 아름다운 것들이 나에게 죽지 말라고 살아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림 속 위아래에는 같은 물체들이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서 있는 사람 기준, 한쪽엔 나무가 튼튼하지만 반대쪽은 풀이 죽은 듯 기울어져있다.
한쪽의 가로등은 멀쩡하지만 반대쪽은 다 망가져있다.
위에는 튼튼한 산과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새 두 마리가 있지만 반대쪽은 무너져가는 산 그리고 죽은 듯 경직된 새 두 마리가 있다.
위아래 모두 내가 죽고 싶은 순간을 나타내었다.
너무 추악하게 망가져서 죽고 싶은 나.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살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죽고 싶은 나.
나카시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란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마음이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이야.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땐 '아름다운 것을 보고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가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너무 깊게 침통하여 아름다운 존재가 현재 힘든 나의 마음을 콕콕 찔러 자극한다는 의미인 것을.
아름다운 존재가 나의 괴로움과 대비되어 나를 또다시 괴롭힌다는 것을.
결국 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중이라는 것을.
뭐든지 첫 번째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나의 첫 번째 그림엔 나의 ‘자살사고에 대한 고백’, ‘죽음‘, ’ 아름다운 세상‘을 담아 그려냈다.
아직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가사에 집중하여 노래를 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