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100일 챌린지 종류 2 영어필사하기

영어필사하기 100일 챌린지

by 장보라


하늘사진 찍기와 같이 카카오톡프로젝트 100일을 신청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영어필사하기 이다. 언제부터인가 단어에 특히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문구류를 너무 좋아하는 덕에 넘쳐나는 노트, 필기구 등등이 책상에 너무 많아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정체성이 흔들릴만큼 힘겨운 싸움 중입니다. 그러다 눈에 띈 ‘영어필사하기 100일 챌린지’였습니다. 영어를 노트에 끄적끄적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딱인 챌린지였던 것입니다. ‘아 이건 나를 위한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냥 혼자 적으면 되는 거 아니야고요? 몰론 그렇게도 하긴 합니다. 하지만, 챌린지를 하는 것과 혼자서 쓰는 것은 아주 다른 결과로 나를 인도합니다.


우선 맘에 드는 노트를 하나 선정합니다. 노트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만년필로 필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잉크를 견딜 수 있는 약간은 도톰한 종이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EF 촉 파버카스텔의 만년필에 잉크를 넣었습니다. 그것도 제일 좋아하는 블랙네이비로 넣고 써보니,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이 콩다콩닥 합니다. 챌린지 직전의 기분이 이렇게 좋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시작이 좋습니다.


이번 챌린지는 책을 정해서 같이 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정하고 본인 속도로 쓰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첫 책은 Mark Spencer의 THE PRESENT로 정했습니다. 이유는 우선 얇고, 어렵지 않고, 한권을 끝냈을 때의 작은 성공을 맛보기에는 딱맞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책장에 있기만 했던 책을 끝까지 읽을 생각에, 그것도 필사를 하면서 볼 수 있는 생각을 하니 벌써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매일 몇 장의 페이지를 읽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을 필사해서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챌린지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는 좋은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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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견딜 수 있는 살짝 볼륨이 있는 노트의 첫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좋아하는 만년필에 네이비블랙 잉크를 넣고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휴지에 물든 네이비블랙 색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잘못하여서 손에 잉크색이 물이 들었네요. 만년필을 쓰다보면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날짜를 적고 슥슥 써내려갑니다. 영어를 필사할 때는 한글을 쓸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왼쪽으로 기울일까? 오른쪽으로 기울일까? 처음엔 조금 왔다갔다 했지만, 곧 제 글자체를 잡고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복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쁘게 쓰는 것 보다는 문장과 단어의 뜻을 생각하면서 적어내려 갔어요. 한 문단 정도의 글을 정성스럽게 쓰고서 보니, 분위기가 있는 노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증을 위한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 보다는 100장의 필사 사진이 나에게 남을 텐데 근사하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조금 쑥스럽지만 저는 문구덕후입니다. 그래서 책상은 조금 어지럽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이런 것까지 사야 하나 싶을 때도 있는데, 문구점에 들어가면 좀처럼 금방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 여행을 가도 특이한 문구를 파는 곳은 꼭 들렸다가 한 봉지 가득 문구류를 구입하고 나오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필사한 사진을 찍은 일은 너무나 신나는 일 입니다. 잉크, 만년필, 마스킹 테이프, 각 종 스티커들을 보면서 그걸 고르는 일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의 톤을 정리하고 만년필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매일 올리는 것이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챌린지를 이렇게 즐겁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재미적인 요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100일 동안 지속할 수 있습니다.


같이 하는 챌린지의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챌린지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의 인증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또박또박 연필로 적은 영어글귀를 보는 것도 매우 큰 즐거움이 됩니다. 그리고 해리포터같은 조금은 수준이 있는 원서의 글을 필사로 올리시는 분은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분은 모르셨겠지만, 제가 100일동안 감사했습니다. 한권을 다 읽고 필사를 완성한 후에 다음 책을 고르면서 비슷한 수준의 쉬운 책을 할까? 난이도를 올려볼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책이 The Giver 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대강대강 읽고 필사도 재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한권을 정하고는 끝까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저에게는 힘든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책을 변경했어요. The present와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인 Who moved my cheese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선택하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전 보다 훨씬 쉽게 재미있게 진행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럴듯 괜히 자신의 틀에 맞추어서 아닌것인데도 끌고 가는 것은 조금 미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문제가 있었지만, 무사히 100일 챌린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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