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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27. 2024

가짜 반지로 프러포즈를, 장난해?

이전이야기: 약 한 달간 병원에서 몰래 사랑을 키우다 그가 퇴원했다. 그와 나의 집은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는 나와 가까이 있고 싶다며 매일 우리 집 근처 호텔에서 머물렀다. 근처에서 머물다 아침이 되면 나를 데리러 왔다. 차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에 데려다주었고,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데리러 왔다. 내 병원 실습이 끝날 때까지, 몇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 일을 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대중교통을 타지 않게 된 것은. 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그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항상 운전기사를 자처한다. 그를 만나고 대중교통을 타본 적이 없다.

오르카는 내 곁에 머물기 위해 매일 호텔비를 지불했고, 주차 문제로, 직원이 차를 가져다주고 가지고 가는 소카를 매일 렌트했다. 저녁에는 나를 배불리 먹이느라 돈을 아끼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하지 않을 때도 내 식사를 챙겼다. 왜인지 들떠서 매일 선물을 사 오고, 여러모로 바보같이 굴었다. 그의 날마다 과한 지출이 부자인가 싶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때라 그런 말하기도 어색했다. 그저 내 곁이 아닌 집으로 가서 머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는 고집스럽게도 말을 듣지 않았다. 사실, 나도 가까이 있고 싶었다. 하루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고, 일이 끝나면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도 잠들기 전까지 연락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둘 다 미쳐 있었다.


그렇게 지낸 지 4개월, 첫 프러포즈를 받았다.
완. 전. 히 엉망이었다.

퇴근 후 그가 나를 데리러 왔다. 유난히 분위기가 이상했고, 긴장한 듯 보였다. 그의 호텔로 갔다. 그는 손을 떨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무슨 일인지 몰라 뉴스를 보고 있는데, 그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뒤돌아보니 반지함을 내밀고, 휴대폰에 적은 장문의 편지(?)도 내밀었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요지는 결혼해 달라는 것이었다.


반지는 다이아몬드도, 금도 아닌 스틸이었다. 이상향과 너무 달라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저 프러포즈조차 서툰 남자라 생각했다. 평소에도 매우 비상식적이고 도전적인 사랑을 주던 사람이었으니까. 어딘가 모자라도 나 없이는 못 살 것처럼 사랑하는 것은 확실했다. 나도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곧바로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모자란 건 나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그는 천만 원에 달하는 자신의 병원비를 지불하고, 매일 큰 지출을 해서 여유가 없었다. 하나, 당장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걸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다. 때론 너무 무모하게도.


가끔 그 프러포즈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세상 가장 불쌍한 얼굴이 된다.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하면서도, 당시에는 나와 떨어지기 싫어서 돈을 많이 쓰는 바람에 다이아를 살 수 없었는데 어쩌냐며 억울해한다. “좀 참고 기다렸다가 더 좋은 걸 줬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미안해…“라며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어쩌다 그 반지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그것을 만회하려고 비싼 것을 사주곤 한다. 그렇게 내 손에 걸린 샤넬 반지만 세 개가 되었다.(이거 받으려고 일부러 이야기 꺼내고 그런 건 맞다아니다...하하) 이제는 매일 렌터카와 호텔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돈도 더 많아져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성이 여성에게 프러포즈를 해야 한다는 법도, 다이아몬드를 줘야 한다는 법도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며, 프러포즈는 그 마음을 고백하여 결혼을 결심하는 일일 뿐이다. 결혼은 프러포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나눈 사랑과 이후에 쌓아갈 사랑을 바라보며 결정하는 것이다. 당시 그의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온전히 받은 나는 그의 상황과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프러포즈를 받아들였고, 그의 마음이 예쁘고 감사했다. 지금도 그 가짜 반지 이야기를 꺼내면 미안해하며 이것저것 사주는 모습이 정말 바보 같으면서도 사랑스럽다.


우리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예전보다 더 오래 붙어있는다. 아직도 서로가 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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