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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28. 2024

검은 시간


보기 싫을 땐 눈을 감기보단 불을 끈다

방이 허전할 땐 어둠을 채운다


헤진 줄눈 사이로 물이 스미듯

떨리는 눈꺼풀, 문틈 사이로 빛이 끼어든다


흔들리는 게 커튼인지 눈동자인지

먼지 쌓인 게 창틀인지 눈 밑인지

희미하게 헤집는 갈피를 꼬집어라

눈을 떠 창을 열어라


잠시만 검은, 시간은 간다.


고꾸라진 고개는 아침에 뜨고

지난 흔적에 흐릿해진 거울은

오늘의 비에 씻긴다


구멍 난 방충망을 뜯어내자

나비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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