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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n 28. 2024

바람


가장 믿을 만한 게 바람이더라.


나란히 걸으며 온몸을

감싸 안는 게 바람이더라


지친 어깨를 쓰다듬고

위로하는 게 바람이더라


죽은 한숨에 새 숨을

불어주는 게 바람이더라


등을 돌려도 항상

그곳에 머무는 바람이더라


그런 줄만 알았지.


잡을 수 없어 스쳐만 가는

허무한 게 바람이더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해

애가 타는 게 바람이더라


달리면 달릴수록 빠르게

피부를 에는 건 바람이더라


사랑을 주는 듯하면서도

무력하게만 만드는 게

그런 게 바람이더라


그저 바라만 보며 입 맞추는 게

바람을 사랑하는 방법


세상이 그리 돌아가더라.


모든 것을 주는 듯해도

내건 아무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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