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믿을 만한 게 바람이더라.
나란히 걸으며 온몸을
감싸 안는 게 바람이더라
지친 어깨를 쓰다듬고
위로하는 게 바람이더라
죽은 한숨에 새 숨을
불어주는 게 바람이더라
등을 돌려도 항상
그곳에 머무는 바람이더라
그런 줄만 알았지.
잡을 수 없어 스쳐만 가는
허무한 게 바람이더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해
애가 타는 게 바람이더라
달리면 달릴수록 빠르게
피부를 에는 건 바람이더라
사랑을 주는 듯하면서도
무력하게만 만드는 게
그런 게 바람이더라
그저 바라만 보며 입 맞추는 게
바람을 사랑하는 방법
세상이 그리 돌아가더라.
모든 것을 주는 듯해도
내건 아무것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