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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Jan 05. 2023

<더 글로리> 기억 속 상처를 덧나게 하다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꿀밤도 폭력입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 글로리> 이야기로 핫하다. 인터넷에도 관련 뉴스로 도배되고 있으니 인기가 있기는  모양이다. 드라마를 거의  보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해  글로리 에피소드 8개를 1.25배속으로 휘리릭 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보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배속을 높여 보았더니 왠지 시간을  기분이 들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잔인하게 동은(주인공 송혜교)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8화를 보고 난 후 파트 2는 3월에 볼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뒷목을 잡긴 했지만,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피해자가 받은 상처를 가해자에게 백만 배쯤 되돌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피해자 '문동은'의, '문동은'에 의한, '문동은'을 위한 영광의 순간이 기다려진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의 나는 초등 아이 둘을 키우다 있다. 이제 겨우 5년 다닌 학교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는 중이다. 나에게는 그저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이지만 그녀의 시선에서 내 아이는 별난 아이로 낙인이 되어 심리검사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선생님이 직접 지어준 ‘김별난’이라는 별명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아이말에 의하면 같은 반에 '나잘란' 도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선생님이 지어주셨다고 했다.


그러던 중 ‘비행기가 날아갑니다’라는 장난으로 시작된 딱밤의 향연에 어떤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왔고 내 아이도 딱밤의 피해자였다는 것을 안 순간, 남편과 함께 교장실로 직행했다. 지난날 그녀가 내 아이와 반 친구들에게 했던 일에 대해 사과받고 싶었고 내 아이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가 원했던 심리검사에서 너무나도 평범한 보통의 아이로 나온 결과지를 그녀에게 보였을 때 어떠한 사과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드라마처럼 그 결과지를 그녀의 얼굴에 던져주고 싶었다.


하지만 교장의 힘은 컸다. 그녀도 일개 부하직원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교장의 사과를 받았고 그녀의 마지못한 사과도 받았다. 만약 한 번 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때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다. 엄마로서 아이를 보호하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그해 연말 아이가 받아온 성적표에 다시 한번 그녀의 대처에 웃음이 났다. 내 아이는 1학기에는 못난이도 그런 못난이가 없었는데 2학기에는 세상 멋지고 착한 모범생으로 되어있었다. 마치 그녀에게 내 아이는 개과천선이 된 모양이었다.



      

학교폭력은 비단 아이들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이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선생님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엄마가 된 요즘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1990년대 고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당시 선생님들의 엄청난 폭력을 알았지만 대응하지 못했다. 그 당시는 선생님의 체벌을 당연시하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으면 몽둥이 하나쯤은 필수인 듯 저마다 각양각색의 무기를 팔에 끼고 복도를 활보하던 시대였다. 치마 입은 여학생들에게 앉았다 일어섰다 벌을 주고 그저 수학 문제 하나 더 틀려서 맞아야 했고 그날이 15일이라서 15번이 맞아야 하는, 맞지 않아야 하는 어떠한 이유도 그들에게는 없었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그날의 살기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수학 선생님이 손목시계를 풀던 날. 딱 더 글로리의 그 나쁜 선생님처럼 시계를 풀고 친구의 뺨을 때리던 선생님. 친구의 양쪽 뺨은 선생님 손자국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날 얼음보다 더 차갑고 시린 교실의 공포는 성인이 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어떠한 폭력도,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하고 딱밤을 날렸던 당신의 못된 손은, 장난이었든 살짝 때렸든 세게 때렸든 맞은 아이는 폭력의 희생자일 뿐이니까.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기억 속 상처를 부디 덧나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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