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꿈을 가지게 된 아이
10월 어느 날 아이가 학교를 다녀오더니 하는 말.
“엄마 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한 번도 꿈에 대해,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한 적이 없던 아이였다. 놀란 나는 왜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 왈
“엄마 내가 끝 번호인데 선생님이 내 옆자리에서 식사하셔. 근데 오늘 돈가스가 나왔는데 선생님이 3장을 가져다 드시더라고요. 나는 한 장 밖에 못 먹었는데... 선생님이 되면 급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이유를 듣자마자 빵 터져버렸다. 꿈이 생긴 줄 알았는데 결국은 돈가스가 더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가 또 하교 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대뜸 나는 오늘 급식은 무엇이었길래 그러냐고 물었다. 아이는 함박스테이크였다며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선생님이 리필해서 먹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진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이 되어서 급식을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렇게라도 꿈이 생겼다니 다행이다.’ 하며 나는 또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진지하게 자기는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역사를 좋아하니 역사 선생님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면서 좀 더 구체적인 꿈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진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지금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자기도 담임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본인은 평생 쓸 선생님 운을 5학년에 다 써버린 기분이라며 이제 곧 5학년이 끝나는데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6학년에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걱정이라며...
꿈의 시작은 급식 때문이었지만 결론은 담임선생님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아이는 진지하게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선생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대학에 가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이 둘을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총 13분의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실제로 한 번도 못 뵌 분도 있고, 작은 아이와 나에게 상처를 가득 남긴 선생님도 계셨으며, 또 이분이 담임이셨던가 싶은 선생님도 있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도 총 12분의 담임선생님이 계셨지만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딱 세 분뿐이다. 성함과 얼굴마저 또렷이 기억난다. 세 분의 공통점은 나를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셨으며 아이가 느꼈던 것처럼 내가 닮고 싶었던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신 담임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주 00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학교 가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닮고 싶은 어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자들은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처럼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고맙다 함박스테크야!! 돈가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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