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주먹밥과 멸치 주먹밥 사이
동그라미 같은 너, 네모 같은 나 그리고 세모들
아이들 아침으로 참치 주먹밥, 멸치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을 담으려고 접시 두 개를 손에 잡히는 대로 꺼냈다. 하나는 동그란 접시, 하나는 네모난 접시다. 쌍둥이 같은 연년생 아이들이라 평상시에 무엇이 됐든 똑같이 주는데 오늘은 문득 ‘어차피 주먹밥도 맛이 다른데 같은 모양의 접시에 담아 주는 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이 같다고 마음마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야 공평하게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는 늘 상대보다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테니까.
동그란 접시에 참치 주먹밥을 먹는 아이를 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너는 참 동글동글해서 좋겠다.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웃기도 잘하고. 너처럼 세상은 동글동글하게 살아야 해.’
모난 곳이 없어서 동그라미일까? 아니면 모난 곳을 숨기고, 가리려고 부단히 노력해서 뾰족함이 사라져 동그라미가 된 걸까?
네모난 접시에 멸치 주먹밥을 먹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
‘너는 어쩜 그렇게 맺고 끊는 걸 정확하게 하니? 똑 부러진다. 너처럼 호불호가 확실해야 세상 살기 쉬워.’
쭉 직진하다 아니다 싶으면 아래로 방향을 튼다. 그것도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전환하면 된다.
집안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동그란 접시, 네모난 달력, 뾰족한 강아지 집.
세상에는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인 물건과 공간이 ‘시간’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우러져 너와 나의 인생을 채우고 있다. 물건의 모양이 제각각 다른 것처럼 사람도 둥근 사람, 네모난 사람, 뾰족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어떠한 모양을 지녔든 중요한 것은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한다는 것은 나누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때로는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때로는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항상 받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기를 기대하고 어떠한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인지라 늘 주기만 하면 억울한 법이다. 그래서 내가 받았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준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야 관계가 유지된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해도 유지되는 관계는 짝사랑뿐이니까.
시간은 공평하지만, 누군가는 쏜살처럼 빠르다고 말하며 또 누군가에는 나무늘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너무 더디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나의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라며, 아이들의 시간속에서 우리들은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 어른일지도 모른다.
저마다 생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누구도 나와 같은 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동그라미 같은 너도, 네모 같은 나도 그리고 스쳐 지나간 수많은 세모들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아내기를 기도해본다.
멸치 주먹밥 먹는 너도, 참치 주먹밥 먹는 너도 나에게는 한 없이 반짝이는 보물이야. 두 보물 더하기 어두운 밤 촛불처럼 빛나는 쭈니는 덤이다. 사랑한다. 내 아그들아!!
일상이 일생이 되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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