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말고 감자탕
우리 다시 설렐 수 있을까
연애 2년 결혼 14년 차.
산책하다 문득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우리 다시 설렐 수 있을까?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우린 가족이야라고, 답했다. 집에 돌아와 귓가에 계속 그 설렘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언제였지? 언제 나는 설레었지? 한참을 잊고 살았다. 일상에서 설렘의 흔적은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기분이다. 사라진 건 분명 아니었다. 아득히 떠오르는 잔상이 있었기에. 남편과 연애할 때 느꼈던 감정은 설렘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할 수 없으니. 다만 어떤 느낌이었는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몽글몽글한 마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오는 느낌? 보고 있는데도 자꾸 보고 싶은 그런 마음?
남녀 사이뿐 아니라 설렘은 일상에 드문드문 있었다. 단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쳐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 여행을 생각하면 늘 설레었다. 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행하는 중에도 그리고 다녀와서도 한참을 설레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을 때도 설레었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그저 순응하면서 사는 것보다 한 발 전진하든 퇴보하든 난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정체된 삶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누군가 끊임없이 내 귓가에 속삭여 주는 것 같았다. 수많은 도전이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게 내 삶이고 인생이기에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글 쓰는 삶 속으로 한 발 내디뎠을 때도 나는 설레었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이게 맞는지도 모르지만 글 쓰는 순간만큼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 나만의 이정표를 찾은 순간을, 그 설렘을 나는 매일 확인할 예정이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설렘이 몽글몽글 솟아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나저나 우리 다시 설렐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남편에게 줘야 하는데...
여보 말고 00아!! 우리 연애 시절 추억이 많은 연남동 데이트 한 번 갈까?
그런데 자꾸 너랑 먹던 감자탕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설렘 말고 그 시절의 허기가 떠오르네.
미안해 이런 나 괜찮겠니? 우리의 설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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