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라는 말이 좋아서 기억해 뒀다.
226. 내가 태어나지 않고 당신을 만났으면 좋았겠다. 마음이라는 게 있어서 서로 안아줄 수 있어도 알아줄 수는 없으니까.
227. 실종아동의 날. 옆으로 그 애가 지나간 거 같았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편이 편했기 때문이다.
228. 이 번 테이블에 오징어 볶음. 준비가 되었다. 가져갔고, 손님은 왜 이렇게 늦게 오징어볶음이 나왔는지 물었다.
229. 호박벌을 먹기 위해 날아다니는 까치를 보았다. 빛이 얕았다. 돋아나는 새싹마다 경험이 쌓이고 있었다.
230. 운명은 운명을 믿는 자에게만 찾아온다. 이런 글귀가 실린 책을 출판했다고 했다.
231. 능소라는 말이 좋아서 기억해 뒀다. 언젠가는 써야지. 그런 순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영영이라는 말을 쓸 정도의 시간도 영영.
232. 기껏 잡은 버스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버스일 때. 내릴 생각이 들기 전에 계속 타버리자는 충동에 잡힌다.
233. 저기 저 건물들을 봐. 정교하고 우아해. 도로는 깔끔하고,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네. 우린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살 수 있어. 문명은 우리의 축복이자 염원. 환상적인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저기 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
233. 저 아이들의 머리통은 날아가 버릴 거야. 문명이라는 쓰레기통은 이미 꽉 차서 더 채울 수 도 없지. 넘친다고. 어, 당장 치우라니까. 그럴 수 없다고? 이미 늦었다고. 이런 씨발, 그러니까 진작 멸망했다는 거군 우리는.
234.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림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림이 갤러리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235. 샹그리아를 만들어 먹어야지. 그가 대답하고, 질문하고, 뭐 그러긴 했다. 그러다가 하루가 다 가버리기도 해서
236. 맛은 괜찮은데 사람이 오면 쳐다보는 시늉이라도 해야죠. 아니면 문에 종이라도 달아두던가. 별점 1점 드립니다.
237. 주차요원 안 필요해요? 여 거 차도 많이 다니고. 좁기도 하고. 힘들 텐데. 최저로 받을게. 최저로.
238. 오늘 오후 일식. 다음 일식은 십 년 뒤라고 했다. 그건 슬픈 일이고. 기꺼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게. 가려질 수 있다는 게.
239. 하루 번 돈을 아껴서. 에어비앤비에서 놀곤 했다. 이런 사치가 계속 이어졌으면 싶었다.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240. 바깥에 있는 동안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야지. 그런 말을 했고 지켜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