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걸 짓거나 던지면서 자유로워지려고 하지 마라.
241. 손목을 되게 꽉 잡으시네요. 여유롭고 뭉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깼다.
242. 너무 많은 단어들. 단어와 단어 사이 엮인 순간들. 순간 사이에 들어있는 단어들.
243. 아무렇지도 않은 아침이 오고, 멀리서 가구 공장이 불타고 있었다. 앰뷸런스 소리. 건물의 불이 모조리 꺼져있다. 흐리다 아침이.
244. 달려가는 사람이 있고, 난 달려가지 않으면서 걷고 보기만 한다면. 그 정도의 악랄함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245. 선입관과 선입견은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의견과 가치관은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나.
246. 신은 믿지 않아도 십자가는 믿고 싶었어. 좋아하고 싶었으니. 저기 매달려 있던 게 누구든 그 자체로. 십자가 만으로.
247. 오래전부터 무언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손상된 부분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나는 상처받았고, 이 상처만 회복된다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근데 내가 게으르고 부족해서 그런 거다. 상처 같은 거 없다. 가족 탓도 하지 마라. 다 내가 문제다. 현실로 미루지 마라. 꿈같은 걸 짓거나 던지면서 자유로워지려고 하지 마라. 실감하지 못하면서 계획만 가득하다.
248. 씻고 나면 운동을 못 하니까 안 씻는다고. 빨랫감이 늘어나니까. 네가 빨래하면 모두 해결될 일인데, 그놈의 효율에 관심도 없으면서 다들 그러니까 나도 중요한 듯 굴어서 정말 효율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데 그거 불가능 가능하지 않은 일. 기능하지 않으면서 돌아가기.
249.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데 언제까지 두들기기만 할 거야. 두들기고 나서 졸고 나서 완벽한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릴까. 나의 불안. 불만. 실패하고 망하는 예감.
250. 올해가 전부 박살 나고 팔이 빠질 듯이 굴어도 결코 언어가 언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비상.
251. 다 틈으로 들어가 나오지 말아라. 거기 갇혀서 고여 있어라. 냄새를 풍기고 전부 쫓아내라. 나에게는 왜 최선뿐일까. 최악으로 갈 수 없으니 가 닿기 힘든 최선을 짓고 있는데 이 마저도 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252. 의미를 찾으려 하니 이렇게 군다고. 멍청해지지 말고 똑똑하게 굴어. 그래야 뒤통수를 맞지 않지. 아니 그게 아니라 나한테 실망하지 않아.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고.
253. 사랑하지 않으면서 줄곧 사랑이 끝날 듯 굴었는데. 그런 사랑이 있기는 합니까. 모두 끝나 버리면 끝난 이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랑이.
254. 창문에 어리고 어린 내가 창문 바깥으로 뛰어다니고 들판이 있다가 들어버리고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많네.
255. 냄비가 어딨 지. 냄비를 찾다가 하루가 다 가버렸네. 배가 고팠고, 이러다 또 내일이 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