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잭에게
잭 오래간 만이다. 편지를 안쓴지도 오래 되었네 넌 어떻게 지내? 난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 잘 지내라는 말을 쓰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난 그냥 지금 그대로를 말하고 싶어. 그래도 용감하게 잘 버텨.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는데 나란 사람에게 주어진 미션에 대해서는 아직도 버거운지 시간에 대해 상황에 대해 버틴다는 단어를 쓰네.
이 글은 내가 용감하게 마련한 나의 공부처 다락방에서 쓰고 있어. 이곳은 나만의 세계야.
초라하지만 도망갈 장소를 만들었지. 20대에 내가 선언했던 그 말이 50대에 실현되었어.
초라하지만 책과 타자기만 있으면 행복할거라고 했던 그 기억들의 파편이 여기 고스란히 박혀있어.
지금의 난 ... 연필심을 너무 깎아내어 오히려 부러져 버린 꼴로 살고 있어. 감성이 예민하다 오히려 감정이란 게 사라져 버린 느낌이지
부러져서 잔재만 남은 연필자루와 공책에 떨어진 연필심의 잔해 보는 느낌이야. 좀 현실에 대해 멍해져 있어. 그래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까.
남자는 만나기 싫고 사랑은 원하는 아이러니는 뭐지.
바나나는 먹고 싶지 않은데 바나나 우유는 먹고 싶은 건 뭐냐고.
바다는 가기 싫은데 바다 그림은 좋아해
산은 좋은데 산에 가는 건 싫어.
소주는 좋은데 소주병은 별로야.
이런 딜레마는 항상 내안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어.
오늘은 날씨가 봄빛이 맑어 아직 겨울이 앉은 자리가 시렵게 있기 때문이지.
나는 요즘 공장에 다니고 있어. 생산직에 근무하지
열심히 기계처럼 관절을 써가며 일하고 있어.
그런데 고귀한 인간인 내가 바보 기계보다 못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시스템에 들어가야 하는지 ...
현실이 안타까워
강제 수용소에서 벌을 받고 있는 기분이야.
거기서는 이렇게 말하는 에너지가 소용돌이 치는 것 같아.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그냥 일만 해
빨리 몸을 망가지도록 쓰라고
그러면 돈을 줄 게
너의 노동과 시간은 돈으로 줄게
그대신 따끔한 맛을 봐야해
난 변태의 신이거든
너가 저지른 전생의 업들을
어떻게든 치루도록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어
넌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서
이 지구에서 살아남아
그것이 너에게 주어진 형벌이야.
이런 매일 매일이 현실이라니...
하지만 이것도 행복한 현실이라고 감사해야 한다고 해
배불뚝이 욕심쟁이는 한 없이 날개를 달고 멋지게 비행하는데
나는 빈 배 꼬르륵 거리면서도 새처럼 날지도 못해
그게 세상사는 처세라니
어쨌든 오늘 내게 주어진 몫이
날지 못하고 돌멩이를 이고 산을 옮기라면
옮겨야겠지.
구름 둥둥 저 가벼운 세상의 꿈들을
삼키고 삼키고
무겁게 비로 내려 앉을 때까지
계속 공상만 하다가
이렇게 잭에게 편지질이나 하겠지.
이러면 안돼가 아니고 이러면 돼
그냥 안 죽어라 일했고 그 시간은 내 인생이었어.
그리고 그 선택은 내가 한 것이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상황이었지.
마시멜로우를 맛보지 않았다면
부드러움을 몰랐을 거야.
항상 좋은 것을 느낄 필요는 느껴.
그래서 인생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건가봐
왜냐면 ...........
더 좋은 것이 있으니까.....
하지만 더 좋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걸
깨닫는 것에는 아주 확실한 경험이지.
그래서 괴롭게 생각할까?
아니면 마시멜로우를 향해 더욱 노력할까.
희망이란 메시지를 그래서
좋아해.
포기하기는 인생의 밭은 사실 숨은 그림이 많거든.
아직 찾지 못한 그림이 더 있다는 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