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 지나간다
날마다 눈뜨면 일하러 나가고 해지면 불빛 아른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을 보며 퇴근한다.
어느덧 개나리는 가지치기 당해서 키가 한뼘 줄고 초라하게 업드려 있는데 한창 초록을 토해내던 은행나무가 시큰한 은행알들을 울컥 토해내더니 지금은 노랗게 변했다.
나는 출퇴근길에서 은행잎을 밟으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일상은 때때로 맑고 흐리지만 그런대로 목숨부지하고 있다.
무엇이 기준선인지 하루 종일 머리 아래로 숙이고 일을 하다보면 팽그르르 돈다.
살기 위해서 개노동을 숭고하게 해내고 있다.
피해 갈 수 있는 나선형길이 있지만 그 길 역시 어지럽다.
사는게 뭘까
금붕어는 조용히 산다.
소형 냉장고는 작은 덩치에 성질은 거칠어서 소리를 크르릉 거린다.
산다는 게 다 그런거다 라고 말한다.
살고 난 그 만큼 나이를 먹는다.
아이는 훌쩍 어른 모양새같이 되어가고
나는 쪼그려 앉는 것이 부칠만큼 쇠해지고 있다.
어느것도 부러워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없어진다.
그냥 그렇고 그런 ᆢ
그렇지만 맑은 아침 공기속에서 아침 거리를 걷는것은 기분 좋은 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