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더니, 내 바로 뒤에 소화기가 있다. 안전핀을 뽑아본 적도 없고, 어떻게 다루는 지도 모른다. 사용해보지 않은 소화기 옆에 앉은 난 오늘 당장 이곳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지 그럼 내가 저 핀을 뽑아야 하나 이렇게 히로인이 될 것인가 훗.. 이런 쓸 때 없는 생각이 잠시 마음이 콩닥 거렸다.
세상에는 나처럼 위험을 어떻게 피할지 늘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이렇게 조용히 ‘가디언(guardian)’을 등 뒤에 두고 살기도 한다. 노하우 가득인 산타가 존재 한다면 그의 삶도 보기엔 안정적이고, 어딘가 안전핀 같은 백업이 있을거 같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까?
고등학교 때, 마지막 시험기간마다 괜히 대학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는 척을 하곤 했다. 거기 앉아 있는 대학생들처럼 있으며 공부하는 그들의 모습을 모방하면 덜컥 나도 그 학교에 합격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또 대학생이 된 뒤에는 선배들을 볼 때면 그들은 왠지 인생을 전부 꿰뚫어 본 도사님들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내가 4학년이 되어보니 선배인 난, 여전히 아무것도 몰랐다.
산타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첫 산타 비행을 준비하는 어린 산타는 온갖 수업과 훈련에 치여 허덕이지만, 나이 먹은 고령 산타들을 보면 어쩜 그리 여유롭고 유연해 보이겠는가. 해리포터에만 마법사 양육이 있지 않고서야 그 많은 일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냐 말이다.
대(大)대장 산타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려 한다. 그의 선택과 운명, 그의 재주와 천재성은 어디서 나왔을까? 대통령, 반장, 동네 시장, 교장, 캡틴… 세상 모든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처럼, 그 자리엔 그냥 앉아 가면만 쓴 사람들 말고 하늘이 허락한 사람만 버틸 수 있는 그 자리. 진심인 사람들.
대대장산타 — 내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7 대륙의 산타들을 이끄는 산타들의 아버지. 나는 감히 믿는다. 그에게도 운명의 거품이 하나도 없이, 해맑기만 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그가 수염을 달고 태어났는지, 상상만 해봐도 아닌 듯하나, 착한 일과 나쁜 일을 보는 천재적인 통찰력 같은 게 처음부터 있었을지 말이다.
산타도 우리처럼, 엄마 뱃속에서 9달 꽉 채우고, 세상모르고 태어나 우렁차게 울었을 것이다. 다만, 12월 25일에 태어난 그날, 산타 요정이 슬그머니 나타나 부모에게 ‘산타 양육’에 대한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전해줬겠지. 이미 감격스러운 날이라 거부할 수도 없는, 그런 운명 같은 알림처럼. 그렇게 그 산타 아기는 부정할 수 없는 ‘산타가의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니면 산타가 집안이 하나의 ‘유대인 공동체’처럼, 태어나자마자 시작되는 조기 교육일 수도 있겠다. 흠.
내가 이방인으로 살아보니, 어떤 문화든 하루 이틀 만에 흡수 할 수 없고, 어릴때 부터 스며들어야 자연스럽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으니…나는 이 둘 중 후자를 택하겠다. 한 아이가 산타가 집안에 태어나 운명과 재주를 넘어 ‘천재 산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믿고, 그걸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산타의 일기
두둥-
어느 눈이 펑펑 오는 한겨울, 12월 25일 밤.. 산타 마을 산타가(家)에 대대산타가 태어났는데..
잠깐. 이건 꼭 말해야 한다. 또 다른 옆 테이블 사람이 갈색 종이에 뭔가 꺼내 하나씩 먹고 있는데, 해시바이트가 아니라 러셋 프렌치프라이다. 이건 분명 오늘 음식이 동난 게 분명하다. 내 예상이 맞은 기쁨과 동시에 다음엔 더 일찍 와 늦지 않게 먹어야 지란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