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에 기본 두세 번씩은 깨고 있다. 이것도 병원 덕분에 많이 나아진 상태다. 어떤 날은 일어나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을 때가 있다. 음악도 틀지 않은 채로 앉아 있노라면, 가슴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뻥 뚫려서 그리로 바람이 훵훵 들락날락한다.
중년이라서, 내 몸에서 여성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갱년기라서, 이런 단순한 원인이 아닌 걸 나 자신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삼십여 년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썩 달갑지가 않다. 남들이 보면 참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백 가지의 면을 살펴보고, 백 번을 생각해 보니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살겠다고 선택을 했지만, 향을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스멀스멀 퍼져 나가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면서 무기력이 찾아온다.
며칠 전 병원을 데려간 아이의 무례한 말과 행동이 기폭제가 되어, 그동안 내가 뭘 위해서 버텨왔나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현타가 쎄게 왔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고 너네 둘이서 같이 살고, 나는 나 혼자 따로 살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저녁때 돌아온 남편이 아이 방에 들어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가 나와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공부 머리는 있으나 인생 사는 머리가 없고 겁만 많은 내가 내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었기에 남은 생은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게 내 가슴을 짓눌러 온다. 지나온 세월이 아프고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