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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an 06. 2024

새벽의 나

Unsplash 사진


매일 새벽에 기본 두세 번씩은 깨고 있다. 이것도 병원 덕분에 많이 나아진 상태다. 어떤 날은 일어나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을 때가 있다. 음악도 틀지 않은 채로 앉아 있노라면, 가슴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뻥 뚫려서 그리로 바람이 훵훵 들락날락한다.


중년이라서, 내 몸에서 여성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갱년기라서, 이런 단순한 원인이 아닌 걸 나 자신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삼십여 년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썩 달갑지가 않다. 남들이 보면 참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백 가지의 면을 살펴보고, 백 번을 생각해 보니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이런 식으로 살겠다고 선택을 했지만, 향을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이 스멀스멀 퍼져 나가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면서 무기력이 찾아온다.


며칠 전 병원을 데려간 아이의 무례한 말과 행동이 기폭제가 되어, 그동안 내가 뭘 위해서 버텨왔나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현타가 쎄게 왔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고 너네 둘이서 같이 살고, 나는 나 혼자 따로 살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저녁때 돌아온 남편이 아이 방에 들어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이가 나와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공부 머리는 있으나 인생 사는 머리가 없고 겁만 많은 내가 내 인생을 말아먹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었기에 남은 생은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게 내 가슴을 짓눌러 온다. 지나온 세월이 아프고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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