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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21. 2023

<오래된 부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려서 무기력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인가 긴장감도 사라지고 나에게 루틴이란 게 있었나 할 정도로 머리가 멍해졌다.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이게 다 배부른 소리지 하면서, 부양 의무를 책임져 주고 있는 남편이 있으니 한갓지게 삶의 방향 운운하면서 이런 거나 끄적이고 있는 거 아닌가.


이 나이쯤의 부부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사촌 남동생의 조언에도 나는 아직도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고 있으니, 내가 시류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 혼자만의 판타지인가.


어차피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게 진리이니 그나마 옆에서 내 목은 따지 않겠지.라는 믿음 아닌 가정 속에서, 주워들은 케이스들을 기반으로 시스템 안에 머무르는 게 안전할 거라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한낮의 폭염으로 뜨거워진 공기를 식혀주는 한밤중의 빗소리가 시원하고 개운하다. 오늘은 사그락거리는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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