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장님이 피곤에 쩔어 퇴근해 버렸다.
관상가로 판명이 난 사장님한테 주말 동안 아파서 잠만 자고, 링거도 맞고, 지금도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허허 웃으시면서 어떻게 그만하시겠냐고. 물으시길래, 냅다 "네.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사장님 왈, 딱 봐도 힘든 일 안 해본 것 같아서 오래 못할 줄 알았다고 하신다.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오늘은 레몬청을 담그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고맙게도 사장님이 그 많은 레몬을 미리 베이킹소다로 닦아서 건조시켜 놓으셨다. 나는 열심히 칼질을 하며 레몬을 슬라이스 내었다. 그리고 레몬:설탕=1:1로 섞어 밀폐용기에 넣었다.
오늘은 사장님이 피곤에 쩔은 얼굴로 막내딸 전화를 받고서, 퇴근해서 쉬어야겠다고 8시에 퇴근하셨다. 카페는 10시까지 열어놔야 하는데, 갑자기 손님이 몰려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나 혼자 있을 때는 두 명의 한 팀 손님만 오셨다. 메뉴도 간단하게 레몬꿀차, 자몽꿀차, 마들렌. 손톱 등으로 포스기를 누르니 화면이 터치를 인식해 주었다.
레몬청 병, 자몽청 병을 꺼내었다. 그런데 자몽청 병뚜껑이 안 열린다! 유난히 악력이 약해서 집에서도 남편이 잠근 텀블러 뚜껑을 못 열곤 하는데.
재빨리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자몽청 병을 껴안고서 있는 힘껏 뚜껑을 돌려 봤지만 열리지 않는다. 나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며 식은땀까지 흘리며 열어보려 했지만 병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 순간 진심 울고 싶더라.
병을 잘 살펴보니 담근 자몽청이 아니라 시중에서 산 청인걸 발견하고서, 쇼케이스를 뒤져서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자몽청 병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힘껏 병뚜껑을 돌렸다. 아~다행히 뚜껑이 열렸다. 살았다~
안도감을 느끼며 레몬꿀차와 자몽 꿀차를 잽싸게 만들어, 손님에게 우아하고 친절하게 서빙해 드렸다.
이후 마감 프로세스에 따라 머신 청소를 하고, 행주를 삶고,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가게 메인 전원 버튼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