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벼랑 끝에서 두리번거린다

챌린지 125호

by 이숲오 eSOOPo

모르는 사람


김 행 숙



강변에 서 있었네

얼굴이 바뀐 사람처럼 서 있었네

우리는 점점 모르는 사람이 되고


친절해지네

손님처럼

여행자처럼

강변에 서 있었네

강물이 흐르고

피부가 약간 얼얼했을 뿐

숫자로 헤아려지지 않는 표정들이 부드럽게 찢어지고 빠르게 흩어질 때마다

모르는 얼굴들이 태어났네

물결처럼, 아는 이름을 부를 수 없네

피부가 펄럭거리고


빗방울을 삼키는 얼굴들

강변에 서 있었네

아무도 같은 얼굴로 오래 서 있지 않네




글이 절실하다


읽을 글과 읽힐 글과 쓸 글과 쓰여질 글


이 상태는 피가 부족해진 것과 갈증의 중간 어디쯤


허송하는 사이 겨드랑이 사이로 모두 빠져나갔다


글이 절박하다


쓰기 전의 글과 지워버린 글과 망설이는 글


이 상황은 떠나는 분주함과 돌아온 나른함의 중간


주저하는 사이 가랑이 사이로 모두 비껴 흘러갔다




글은 각오가 낡고 희미해지는 순간부터 써진다


짜임새있는 자들의 첫문장부터

주도면밀한 자들의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놓치는 부분은 볼펜의 똥을 닦는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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