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26호
장미
신 용 목
넝쿨은 연기의 형상으로 피어오른다. 뿌리가 불길의 방향을 그리는 곳에 가득, 어둠이 지펴진 것처럼. 도시가 폐허를 닮은 것처럼. 불꽃은 잔해 속에 깜빡인다. 타다 만 어둠을 헤집고 노는 아이의 흰 막대가 검은 심장을 찔러 그 끝에 꿰고 달려갈 때, 멀리서 엄마, 하고 소리칠 때. 멀리의 엄마, 한 포기 연기여. 가슴 속 텅 빈 심장 자리에 아이를 안을 때, 피는 꽃잎은 지는 낙엽의 빛깔이다. 얼마나 멋진 시작인가. 타는 낙엽은 봉오리 꽃잎의 빛깔이다. 얼마나 멋진 끝인가. 아이가 엄마의 얼굴이 되는 동안 엄마가 아이의 얼굴이 되는 동안. 밤의 아궁이에 환한 넝쿨로 타오르는 어둠의 심장, 화상 자국은 장미를 닮았다. 그러나 달리다 멈춰도 그대로 둥근 바퀴처럼, 떠나도 늘 앞에 있는 도시처럼.
커피가 화근이었다
마시지 않았어야 할 그 묽은 액체
이틀을 까맣게 태워버린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여진이 남아있는
기운내 밖을 나서 태양을 흠뻑 마시고
지하철 내내 꾸벅이다가
뚜벅뚜벅 스르르 거리로 나와 걷는다
전복 내장이 허리를 힘껏 세워 밀어 준 탓에
겨우 하루를 가까스로 욕조에 담근다
좁은 공간에서 부르는 노래는 분홍색 어깨 뽕
어제 통화 실패는 오늘 문자 메시지로 가늠하고
막 무친 나물은 입맛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헝클어진 계획들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가위를 양손에 들고 동동 발을 구르지만
푸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다
시작과 끝 부분을 알아도 소용없는 일
자신감이 생길 때가 시작하기에 가장 위험한 순간
무심코 들이킨 커피가 화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