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29. 2022

13. 언어의 냄새

인생 뭐 있나

<기본 문형>
인생 뭐 있을까

<응용 문형>
인생 뭐 있나 뭐 있어
인생 별 거 없더라


I    거대한 삶의 벽 앞에서 신과 자신에게 던지는 투정의 언어


인생을 폭넓게 논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에 대한 무료함과 갑갑함을 토로하는 표현입니다. 대체로 정신이 또렷할 때보다 친한 사이의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로 취기가 올라온 상태에서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인생이란 것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냐?'라는 말을 다섯 자로 함축할 때에는 푸념을 담은 감탄사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에는 호흡이나 발성이 평상시와 사뭇 달라집니다. 초조한 담배를 피우며 내뿜는 담배연기처럼 낮게 깔리는 호흡이거나 하늘을 향해 무심하게 포효하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발성이 나옵니다.


사실 우리는 압니다. 인생이 복잡하고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하루하루를 나만의 방식으로 혹은 세상의 규칙에 겨우겨우 살아갑니다. 늘 인생은 처음 살아보는 것이고 두 번을 허락하지 않아서 연습이란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살아보고 나서 별 것 아니기도 하고 만만치 않기도 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함부로 인생을 규정짓고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일상도 그렇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른 것 같아서 똑같이 살아보려 지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일상입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동일하다고 해도 어제와 오늘의 리듬이 달라서 동일한 말에도 응대가 달라지고 분위기가 변합니다. 일상은 겉으로는 비슷해서 무료해 보이고 우리를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기에 갑갑합니다. 그렇게 쌓인 일상이 인생이 됩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치이다 보면 부정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상대를 하찮은 대상으로 여기고 싶어집니다. 취기를 빌어 '인생아 덤벼봐'라고 호기를 부리게 됩니다. 이미 이 말을 사용할 때쯤이면 말하는 이는 이미 인생으로부터 수많은 타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흠씬 두둘겨 맞은 후 조금 맵집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시야가 조금 넓어진 듯합니다. 이만큼 견뎌온 나인데 못할까 싶어지죠. 이 말을 하고 나면 낮아진 자존감을 흘러내린 바지춤 끌어올리는 일시적 효과가 있습니다. 딱 숙취가 사라진 그 시간까지 만입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은 거인 같은 모습으로 다시 우리 앞에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II  정말 소중한 것엔 신이 답을 달아놓지 않아요


그러니 놀라지 마세요. 인생을 결코 만만치 않게 상대해온 당신이기에 매 순간 다가오는 인생의 고비들을 지혜롭게 감당해낼 수 있을 거예요. 가끔씩 지칠 때마다 한 번씩 파이팅 외치듯 내질러 보는 거죠.


'인생 뭐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