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안에는 시작의 바깥이 있다
1년 중 나에겐 여러 번의 세밑과 정초가 있는데
그중 하나 중요한 세밑의 끝이 오늘이다
끝에 선 마음은 겸허하고 신중하다
그 마지막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시작들과 지속됨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낼 수 있어서 비로소 끝나지 않는 본질적 이야기
잘 마무리함으로써 잘 열어젖힐 이유를 가지는
우리가 이따금 끝에다 예쁜 리본을 달고 자축하는 까닭은 그것이 또 다른 갈곳 모를 이정표이기에 부질없어 하면서 웃으며 땅을 짚고 일어서는 것이다
남보다 한달 남짓 서둘러 맞이하는 새해
더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여유로운 건 맞다
그 시작을 자축할 첫번째 장소로 강화도를 골랐다
한글의 첫번째 자음으로 시작하는 것도 맘에 들고
배를 안 타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섬이기도 하고 무언가 고독하기도 하고 피정하기도 적합하고
붉은 말의 해를 앞두고 마음이 차분하게 요동친다
어디로 달릴 것인가
역동의 직전에는 깊은 고요가 필요하다
달리는 순간 뇌가 발보다 게을러진다
저 낮은 침묵으로 들어가 나를 가만히 해체하고 바라보는 시간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