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Aug 09. 2023

한바탕 눈물

0423

아침부터 어떤 비보를 들었고 오전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하루의 일과는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운다고 외부가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내면은 달라지는 것 같다.

눈물은 눈앞의 세계를 깨끗하게 만들고 증발한다.

암흑 같은 순간을 맑게 돌려놓는다.

눈에서 나오는 슬픔의 결정체가 액체라는 점이 다행스럽다.

기체였다면 얼마나 허망했을 것이며

고체였다면 얼마나 주위가 어수선할까.

눈물이 흐르는 곳이 얼굴의 정중앙인 것은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라는 의미일까.

양쪽으로 흐르는 눈물은 슬픔의 균형을 흔들리지 않게 잡고 있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잠금장치가 없어서 난감하지만 없어서 자연스럽다.


인간은 왜 우는 걸까.

슬퍼서 

아파서 

속상해서 

괴로워서 

화가 나서

감격해서

그리워서

...

인간이 웃는 이유보다 다채롭다.

너무 웃겨도 눈물이 나오는 걸 보면 눈물은 적절한 조건이 형성되면 쉽게 나오는 감정의 결과물인가 보다.

모든 눈물의 염도는 어떻게 다를까.

모든 눈물의 온도는 어떻게 다를까.

눈물로 흥건해진 손수건을 힘껏 짜내 작은 유리 호리병에 담는다.

하늘로 높이 들어 태양에 가져가보니 그 빛이 영롱하다.

내 몸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배설물 중에서 가장 깨끗하지 않을까. 

본디 몸에서 배출되는 것들은 버려져도 좋을 것들일 텐데 눈물만은 피를 뽑아내는 것처럼 귀해 보일까.

울 때의 표정과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데 눈물은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눈물이 슬픔의 청구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눈물이 슬픔 곁에 있어서 슬픈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 같다.


괜찮아지겠지?

아무 일 없겠지?

비보는 나를 바보로 만들고 눈물은 눈처럼 내려 쌓였던 팔월의 어느 아침.

매거진의 이전글 덥지 않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