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Mar 12. 2022
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5회
초여름밤은 점점 깊어가는데
5
띵똥!
한바탕 여름 소낙비가 그치고 별빛이 쏟아지던 어느날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노인이 보낸 문자였다. 정확히 보자면 사진이었다. 커다란 구릉같은 산이 사진 중앙에 병풍처럼 버티고 있고, 알파벳 에스 자 모양으로 난 왕복2차선 포장도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길어깨에 세워진 교통표지판은 등지고 있어서 제한속도표지판인지 야생동물주의표지판인지 알수없다. 발신인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광고 이미지로 판단하고 지우거나 무시했을 것이다.
뒤이어 메시지가 덧붙여져 도착했다.
-Slovenia로 이동중이라네.
귀국하는대로 만나세.
슬로베니아라니. 동구권 어느 나라의 도시이름같은 이 나라는 어디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려다 그만두었다. 소년은 그저 누워서 나라이름에 love가 들어 있으니 낭만적이겠다는 짐작을 하다가 슬로는 slow를 연상케해 여유도 있는 곳이겠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불쑥 야식이 생각났다. 소년은 언어적 유희를 즐겼다. 누군가는 코웃음치겠지만 말장난이 아닌 언어의 퍼즐놀이라고 생각했다.심지어 거리공연의 시 라인업을 짜면서 시제목 끝말잇기로 열 편을 완성한 적도 있다. 외형의 연결은 억지스러울까봐 두 편의 시를 연결짓는 이유들을 애써 공연중 사이사이마다 관객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이럴때마다 말들은 저들끼리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힘이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언어적 만유인력'이라고 언젠가 소년은 일기장에 적고는 스스로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왜 그는 먼 나라에 갔을까...
왜 그는 먼...
왜...
소년은 깊어지는 초여름밤, 방에 누워 궁금한 게
노인의 얼굴인지 행방의 이유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