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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28. 2023

굽이를 지나

0534

한 고비를 넘는다.


일상은 아니 일생은 길 또는 강이어서 굽이친다.


휘어서 굽지 않은 강이 있으랴.


비교적 곧은 것보다 물살은 힘차다.


굽이를 돌 때마다 나약한 구석이 드러난다.


취약해지고 단단해진다.

굽이는 고비이다

애초부터 각오하지 않고 흐르는 강물이 없듯이 그렇게 시작하고 그렇게 무너지듯 달려간다.


어차피 굽이는 무너짐의 완충이자 부추김이다.


비명 지르며 쌓아 올리는 탑.


작은 굽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굽이로 교체된다.


굽이가 성가시다고 굽이를 지우지 말자.


그건 구두의 굽이 거추장스럽다고 제거하는 어리석음.


굽어서 곧게 배운다.


인간의 척추도 곧은 듯 에스자로 굽어있다.


굽은 것은 자연스럽다.


곧게 펴려다 구부러지고 마는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했던가.


직선은 리듬이 없다.


상처도 리드미컬하면 드라마틱하게 아문다.


가장 아름다운 삶은
두 번 흐를 수 없는 강물이 되어
온몸으로 굽이쳐 보는 것이 아닐까


https://brunch.co.kr/@voice4u/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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