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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6. 2024

무가당 주문

0604

카페에서 주문할 때마다 난감하다.


달지 않고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고르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첨가할 재료를 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가능한 메뉴들이 있단다.


시럽 빼고 얼음을 반으로 줄이니 반토막 음료가 나온다.


완성품은 시럽과 얼음이 사분의 일이었구나.


생과일주스맛이 심심하다.


방해받지 않은 맛이다.

과장되지 않은 맛이다.


과일의 민낯을 맛본다.


본연의 맛에 집중하니 강력함보다 은은함이 입 안에 은은하다.


가공된 맛에 익숙해져 원래의 미각이 혼란스럽다.


설탕을 지우니 상품이 아닌 것 같다.

심지어 색상마저 흐릿해진 듯 보인다.

금세 혀는 익숙해진다.

무가당은 욕망을 잠시 소외시키고 접어둔다.


https://brunch.co.kr/@voice4u/596


언젠가부터 제품 뒷면에 인쇄된 영양정보에서 당 함량을 살피고 있다.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당 비율이 5%만 넘으면 집었다가도 내려놓는다.

얼마나 수치가 신뢰가능한지는 모르지만 내 기준에서 두 자릿수 비율은 몸에 대해 죄책감이 들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먹을 수 있는 군것질이 제한적이다.


건강에 유난을 떨어서라기보다 욕망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서다.

단 것은 더 단 것을 부르고 더 강한 맛을 당길 것이 분명하다.

내 몸의 저항은 제한적이고 적응은 적극적이다.

더 깊어지기 전에 단 것과의 거리두기를 애써 하는 것이다.


인생이 쓰다고 단 것으로 위로할 수는 없다.

가끔씩 자연식을 먹다가 간헐적으로 만나는 자연의 단맛은 얼마나 반가운가.


https://brunch.co.kr/@voice4u/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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