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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08. 2024

글쓰기 자체

0635

수전 손택은 그의 저서 <Where the Stress Falls>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등장한 지식인들 중 가장 오래 읽히게 될 인물로 롤랑 바르트를 내세웠다.


여러 해 전 프리랜서로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에 나의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박혀 있었다.


Etonne-moi
나를 놀라게 하라


기존의 낡고 낡은 방식을 벗어나고 닳고 닳은 의미를 버리는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존재의 명령이라 여긴 탓이다.


이는 바르트의 '텍스트'와 '텍스트성'과 연결된다.

그가 주장한 문학의 목표가 하나의 의미가 아닌 의미 자체를 세계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있는 의미를 벗어나 다른 어떤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란 세상과 너그러운 관계를 맺는 것과 동시에 세상과 반항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하다.


없으면서 채워진 것이고

비어있으면서 가득한 것이다.


이는 모든 것에 대해 결코 만족하지 않거나 항상 만족할 수 있는 방법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를 심미주의라고 하는가.


욕망이 다각도로 표현되고 그 사이에서 선택을 보류하거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글쓰기 자체가 욕망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글을 쓸 때에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될 일이다.


욕망도 막상 다루려니 수고롭고 번잡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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