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know what love is until you've learned the meaning of the blues -Chet Baker
물리적인 이동은 온전히 내 발걸음이 아니더라도 가능하지만 성장을 위한 움직임은 내 발걸음을 대신하는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 반 폭의 거리도 내 것이 아닌 방법으로 옮겨갈 수 없다. 설령 갔더라도 흉내의 수고만 남아 있어 돌아보면 제자리걸음이다. 신은 인간에게 놀라운 거래를 시시때때로 제안한다. 어제와 닮은 듯 보이는 걸음을 오늘도 걸어가 보겠느냐고. 그 대가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을 실로 파격적인 것일 테니.
권태를 안을 수 있느냐 성취를 가지려는 자여!
고독을 즐길 수 있느냐 자신을 만나려는 자여!
치욕을 맛볼 수 있느냐 사랑에 빠지려는 자여!
인간들 간의 거래는 좋은 것을 취하고 딱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지만 신과의 거래는 늘 인간의 힘겨움이 먼저 수행된 후 몇 곱절의 달콤함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늘 깨달음과 성장이 덤이었다.
왜 권태롭지 않게 성취할 수는 없을까.
왜 고독 없이 나를 만날 수는 없는 걸까.
왜 치욕스럽지 않게 사랑할 수는 없는가.
반쯤 열어둔 창 틀 사이에서 쳇 베이커의 무심한 듯 달관한듯한 목소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맴돈다.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노래가 아니다. 그야말로 뻬레그리나띠오 peregrinatio. 그의 노래는 갈 지之 자로 배회하고 있다. 삶의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그것도 여행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의 온전한 것들은 굽어 있어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으려나. 직선의 구부러진 망상들을. 어리석은 이들은 반듯하고 매끈하게 마련된 직선에 올라타서는 박차를 가한다. 가장 빠르게 무너지고 최대한으로 우회한다.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가다 길을 놓치는 줄도 모르고.
아무리 걸음이 떼어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생략할 수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럴수록 쉬운 길을 선택하려는 유혹이 판단을 흐리게 할 것이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생각해본다. 내가 꿈꾸는 반대편의 그곳이 가지는 의미를. 그것을 알아내기 전까지 우리는 이곳의 의미를 절대로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