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73회

사진을 찍는 마음으로

by 이숲오 eSOOPo

73



사진 찍는 일은 노인에겐 발을 떼지 않고 하는 걷기와 같다. 걷는 일이 발을 움직이며 하는 묵상인 것처럼 이 모두는 다른 이름을 가진 같은 행위인 듯 온전하게 마음에 가 닿을 때에만 그나마 봐줄 만큼 완성되었다. 항상 마음이 피사체였고 초점이 어긋나면 늘 취사 타이머가 끝나지 않은 전기밥솥의 뚜껑을 열고 음미한 밥처럼 부질없는 노릇이 되어버렸다. 출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이번 나들이는 좋은 풍경을 건져오는 것보다 헝클어진 마음을 정돈하고픈 의도가 더 크다. 노인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어느 도심의 골목길을 가다가 낮은 철대문 사이로 피어난 꽃을 보았다. 나팔꽃인가 하다가 잎모양이 심장을 닮지 않아 시선을 담장 너머로 던졌다. 약초의 이름은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는 노인이지만 꽃 이름은 부끄럽다. 어여쁜 여인을 부르듯 꽃을 불러본 적이 없다. 반복해서 부르는 것은 호명하는 대상을 인화해서 앨범에 사진을 붙박듯 내 안에 차곡차곡 간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르는 것들과 부르지 않는 것들은 각기 다른 길로 떠났다. 세상 모든 것들은 불러서 내 길로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러서 제 갈 길로 떠나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 찍는 일은 황홀했던 과거보다 평범하듯 스쳐 지나가는 지금이 여전히 더 우월하다고 항변하는 것과 같다. 그 수많은 장미 사진들을 두고도 지금 노인은 셔터를 누르고 있다. 더 나은 장미사진을 얻기 위해서도 아닐 텐데 말이다. 지금 노인의 마음이 장미를 리라이팅 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것이 필사 같은 출사이든 상관없다. 이곳에서 처음 맡아보는 장미 주변의 공기, 그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낯선 표정들, 그 위를 비행하며 지저귀는 새들의 찬란한 무관심이 노인에게 장미를 찍으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그친다면 노인도 참았을 것이다. 풍크툼 Punctum. 노인은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슬픔의 음성이 들려와 움푹 파인 무언가를 보는 듯하다. 같은 사물을 찍어도 나중에 보면 그것은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감상할 때마다 다른 느낌이었다. 보여주는 이마다 다른 느낌을 이야기했다. 그때마다 시낭송도 그러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틈이 있어서 들을 때마다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낭송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이 말이나 글로 설명하지 않듯이 시낭송도 낭송가가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감흥을 가져다줄 수 있어야 했다.




Nobody sees a flower - really - it is so small it takes time - we haven't time - and to see takes time, like to have a friend takes time. -Georgia O'Keeff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