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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21. 2024

합당한 느림

월간 북토크 7월호를 펴내며

느림을 주제로 삼으며 잠시 주저했다.


느림을 게으름이나 뒤처짐으로 오해할까 봐서다.


여백을 부족이나 채울 것이 없어 비워둠으로 잘못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느림이 빠름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임을 함께 공감하는 데에는 우려와 달리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주제를 거침없이 소화해 낸 참석자들의 면면은 여느 때보다 다양했다.


200개가 넘는 나라를 유랑했다는 시애틀에서 온 여행가, 전국의 숲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생리를 인문학적으로 소개한다는 숲해설가, 부산에서 비바람을 뚫고 두 자녀와 함께 온 수필가, 문화공연을 이색적으로 연출하는 지휘자, 소설을 입체적으로 낭독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소설 <꿈꾸는 낭송공작소>를 초등학생 원생들과 읽고 토론했다는 영어교습소 원장 등 다채로웠다.

우리는 '느림'을 섭렵한 후 이내 '실패'라는 화두로 넘어가 이 단어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작가는 기존의 낡은 의미로부터 단어를 구출하는 이라고 믿어왔는데 북토크 내내 독자들이 작가가 되는 신기한 체험도 겪을 수 있었다.


계획 없는 진행과 맥락 없는 식순은 북토크가 처음인  참석자들의 유연한 통찰을 끌어내는 데 일조한다.


당연히 이러이러할 것이라는 예측을 보기 좋게 배신하는 것이 월간 북토크의 매력적인 단점이다.


그래서 7번이나 진행했지만 매번 새로운 처음이다.


느림의 정수는
익숙해지는 순간 버리는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우연'에 대하여 느슨하게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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