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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17. 2024

겨우의 안위

0797

하나씩 모양새를 갖추어 간다.


열 개의 무질서를 허락하자 겨우 하나의 질서가 마련된다.


우리는 '겨우'를 귀하게 끌어안고 겨우 눈물을 참는다.


이토록 아쉬운 것들은
표면이 미끄러운 걸까


미끄덩

미끄덩


놓치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겁니다


결국 품에 안고 있는 것들은 거친 버릴 것들만 가득하다.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다'는 말은 비겁하지만 버티기 위한 마지막 비명이다.


선풍기의 날개가 시계방향으로 무심코 도는 건지 시곗바늘이 선풍기 도는 방향으로 날갯짓을 하는지


아니면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가위바위보를 하다가 우연히 같은 가위를 낸 것인지 당최 알 수는 없으나


부채는 고개를 젓는다


원운동보다 비스듬히 원호를
그리며 왕복하는 것이 인간다워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 운운하니 아름답다는 말을 인간 아래에 둔 탓이다.


오늘의 날씨는 어제를 드래그해서 붙여놓는다.


여름은 수월해서 좋겠다.


나무들만 부추기고

파도들만 부추기고

가끔 비만 쏟아내고


나의 글들만 꽁꽁 얼어붙게 하니까 참 고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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