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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8. 2024

모두 모른다

0839

지하철역에서 두 어르신이 두리번거린다


개찰구를 나온 상태로 환승역을 찾는다


다시 들어가서 타고 가야 한다고 하니 더 당황한 표정이다


30분 이내 재승차면 비용이 지불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재차 고개를 주억이며 자신의 코라도 베어줄듯이 고맙다고 연신 말한다


탑승방향과 역이름을 재확인하고 돌아서자 아까 길안내한 이가 시골사람이라고 우습게 알고 대충 가르쳐줬다고 거듭 비난한다


돌아서서 분명 아닐 거라고 여기 역의 구조가 복잡한 탓이라고 어르신의 기분을 살펴본다


기분은 선택하기 어려워도 태도는 가능하다


어쩌면 우리도 삶이라는 길 위에서는 낯선 곳에 도착한 시골 어르신인지도 모른다


헤매고 어쩔 줄 모르고 돌아가고 두리번거리다가 물어보고 물었던 그 길을 엉뚱하게 비켜가고 그러다가 주저앉아 그 앞의 모든 과정을 부정해버리고는 세상은 왜 나에게만 불리하고 부당하게 돌아가는지 한탄하는 그러나 메아리는 공허하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사람들의 얼굴은 한없이 밝고 거리의 건물들은 끝없이 드높은 그런


어쩌다 보니 그 어르신들이 같은 열차에 타고 있고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


당신들의 도착역은 한참이나 많이 남았다


그때까지 수도없이 까마득한 지하철노선표를 쳐다볼 것이고 그것이 못미더워 옆자리의 사람들 눈치를 보다가 손주같은 학생이 빈틈을 주면 얼마나 남았는지 지나친 건 아닌지 물을 것이다


열 일곱 정거장 남았어요 할아버지

열 여섯 정거장 남았어요 어르신

열 다섯...


나는 시간약속이 있는데다가 곧 내리니 동행해 안내해주지 못해 어르신이 자꾸 지금의 나 같아서 마음에 밟히고 걱정스럽다


길이야 물으면 되지만 삶은 물을 곳도 없으니 나 또한 길 위의 이방인인 꼴이다


내가 도착할 정거장은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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