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고 어쩔 줄 모르고 돌아가고 두리번거리다가 물어보고 물었던 그 길을 엉뚱하게 비켜가고 그러다가 주저앉아 그 앞의 모든 과정을 부정해버리고는 세상은 왜 나에게만 불리하고 부당하게 돌아가는지 한탄하는 그러나 메아리는 공허하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사람들의 얼굴은 한없이 밝고 거리의 건물들은 끝없이 드높은 그런
어쩌다 보니 그 어르신들이 같은 열차에 타고 있고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
당신들의 도착역은 한참이나 많이 남았다
그때까지 수도없이 까마득한 지하철노선표를 쳐다볼 것이고 그것이 못미더워 옆자리의 사람들 눈치를 보다가 손주같은 학생이 빈틈을 주면 얼마나 남았는지 지나친 건 아닌지 물을 것이다
열 일곱 정거장 남았어요 할아버지
열 여섯 정거장 남았어요 어르신
열 다섯...
나는 시간약속이 있는데다가 곧 내리니 동행해 안내해주지 못해 어르신이 자꾸 지금의 나 같아서 마음에 밟히고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