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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아니어서 아닌 것도 아닌데 속하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이에 그 줄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어설프게 줄의 대형을 만들다가 줄이 점이라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점도 촘촘하면 줄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달래도 본다
지어놓고 보니 그럴듯하다
벗어난 점들의 조합은 다른 줄의 요소가 되고자 떠난 이들의 대안으로 가까스로 만들어지고 흩어진다
공정의 끝을 맛보게 해 드릴게요
사심이 끼어들 자리가 없으니 사색이 된 표정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 한 마디씩 거든다
처음부터 자두는 자두로부터 자유로운 규칙을 따르고 있다
모두가 여기 있어도 좋다는 말은 모두가 떠나도 무방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안에서도 열리고 밖에서도 열리는 문은 닫는 순간 민 것과 당긴 것이 동일한 방식이 된다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은 다른데 어찌 결과는 한치도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 고민은 그 문 사이에 끼어 있을 때에 심각하게 작동하게 된다
사이는 그런 것들의 사색 공간이자 갈등 시간이다
어느 쪽으로 치우쳐 머물지 못하는 일상이 때로는 고단하지만 어쩌면 예술적인 삶이라고 우길 수 있다
크레파스를 거꾸로 들고 그려도 그린 해바라기가 거꾸로 자라지 않듯이 순서와 방향은 자꾸 방황할수록 진실에 근접하기도 한다
어차피 그릴 될 일이었다고 말하면 편안해질까요
어려운 문제들은 답이 간단하고 쉬운 문제들은 풀이과정이 복잡해서 사는 것은 산수와 다르다
그렇다고 국어와 같지도 않고 사회와 같지도 않고 자연과 같지도 않고 실과와 미술 사이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과 가정 사이에 있는 것 같기 하고 체육과 수학 사이에 있다
풀리지 않던 문제를 주기율표과 트리스탄 화음에 넣고 푸니 자연스럽게 풀린다
아무려면 어떠한가
몸 밖의 문제들이 다 그모양 아닌가
마음 안의 문제들은 얼마나 가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