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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30. 2024

어설픈 글짓

0871

말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보다 글을 쓰기 위해 사색하는 시간이 더 긴장된다


휘발되는 말보다 새겨지는 글의  더 두려워서다


대상이 내 앞에 있지 않아도 글쓰기로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니 내성적인 나로서는 글쓰기가 최적의 대화법이 될 수 있다


표정을 바로 들키지 않고 문장에 박아 놓으니 조금 덜 어색하고 편안하다


말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거나 허사도 흘리고 추임새도 깔고 듣기만 해도 무방한데 글은 그렇지 않다


수용자를 고려하되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놓치지 않고 부단히 쌓아 올리는 성실한 수고를 요구한다


비교적 문장은 간결하고 문체는 담백하고 표현은 신선하고 전개는 거침이 없으며 정갈하게 나아가야 한다


이 모든 조건들이 나로서는 버겁고 서툴러서 매번 허우적거리다가 어설픈 *글짓으로 마무리한다


글짓이 둔하니 인간 자체가 허술해 보일까 염려다


부디 그 성근 글짓 중에 하나라도 온전하길 바란다


그 바람이 하나씩 기원의 돌이 되어 내일로 잇는다


오늘도 그 글 사이의 **글다공증을 예방코자 한우 한 근 값을 치르고 책을 주문한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더 끝을 들키기 전에


*글짓 : 몸의 움직임이나 몸을 놀리는 태도를 몸짓이라 하듯이 글을 쓰는 태도는 글짓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으로 이숲오가 맹근 말.


**글다공증 : 빈곤한 사색 후 쓴 문장 사이가 허술해지는 심각한 작가 매너리즘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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