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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31. 2024

문득 지금, 때

[시] 낙화 by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아, 이렇게 오는구나.


내가 그리도 싫어한다 했던 것들이 보란 듯이 의도적으로 전시될 때 문득, 때가 온 거다 한다.


'가야 할 때, ' 흐트러져 불안한 고뇌와 고통이 결국 '슬픈 눈'으로 떨어진다. 아름답다 하자.  


내 눈을 좀 더 바라봐주지 그랬어.


눈 멀어 마주했던 곳에 뜨거워진 눈물을 내려 두고 나를 위로한다. 그래, 그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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